[해외기업 탐방] 모토롤러

미국의 전형적인 산업도시 시카고. 미국 모토롤러 본사는 이곳에서 50여㎞ 떨어진 샴버그에 자리잡고 있다. 가로 세로 각각 2㎞ 정도 되는 널찍한 초원에 나즈막한 공장과 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마치 여느 대학 캠퍼스같은 인상을 준다. 모토롤러도 공장과 사무실이 어울려 있는 단지를 캠퍼스라고 부른다. 또 사내 연수원도 모토롤러 종합대학(Motorola University)이라고 부른다.

샴버그 캠퍼스에는 본사 건물을 비롯, 모토롤러의 성장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박물관과 연수원, 무선통신기기 사업부문 관련건물들이 있다. 캠퍼스 입구에 들어서면 박물관과 연수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교육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모토롤러 종업원이면 누구나 매년 4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 회사 홍보 관계자의 말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모토롤러가 끊임없는 변신과 고객만족, 품질관리에 주력해온 기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모토롤러에 대해 「혁신의 대명사」 「교육훈련의 신봉자」 「전사적 품질관리의 거인」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 실감날 정도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워키토키, 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내디디며 지구촌에 생생한 육성을 전달한 무전기 등이 모두 모토롤러 제품이다. 이처럼 이 회사가 개발한 모든 제품에는 지구촌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박물관에서 2백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상이동 무선통신기기 사업부문(Land Mobil Products Sector) 건물. 단층 건물로 겉으로는 조그마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사무실은 물론 연구실, 반도체공장과 거의 비슷한 수정진동자 공장,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시스템 생산공장, 시스템 최종 테스트실, 텔레서비스센터, 전문 교육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상주인원만도 6천명에 이른다.

모토롤러는 모든 면에서 최일류 수준(Best In Class)을 지향하고 있다. 기술은 물론 제품품질, 종업원 복지까지 최고 수준을 추구한다. 이는 「총체적 고객만족」이라는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TRS 시스템공장이나 테스트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1백50여평 되는 테스트실은 그야말로 각국에 설치된 TRS시스템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시스템이 실제 설치될 환경을 그대로 구성한 후 여기에다 시스템을 설치하고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점검은 실제 사용고객이 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해결하고 제대로 작동될 때까지 교육한 후 선적하게 된다. 물론 납품 후 시스템 설치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텔레서비스를 이용해 해결해준다. 사전, 사후 서비스는 영업할 때보다 더 철저한 것처럼 보인다.

서비스뿐 아니라 품질관리에도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초정밀성을 요구하는 통신장비의 기술적 특성상 품질관리가 소비자의 만족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산제품 1백만개당 불량허용치를 3∼4개로 제한하는 이른바 「식스 시그마」 운동은 오늘날 전세계 기업들이 품질관리의 바이블로 여기는 것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샴버그에서 서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가면 모토롤러 리버티빌 공장이 나타난다. 6천여명이 근무하는 이 공장은 세계 휴대전화시장을 평정한 스타택과 PCS를 생산하는 이동통신 단말기 전용공장이다. 3층 건물로 된 이 공장은 완전 자동화한 생산라인과 완벽한 품질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테스터센터, 연구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 맨 끝에 자리잡은 휴대폰 스타택 생산라인. 50m 길이의 U자형으로 된 라인이 3개 있지만 사람은 거의 없다. 1개 라인에 10명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만큼 수작업으로 하는 곳이 드물다. 6층짜리 PCB 제작에서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중 수작업은 고작 3개 과정뿐이다. 수신부 보드와 송신부 보드를 케이스에 넣는 과정, 이들 양부분을 연결하는 과정, 완제품 포장과정만 사람이 한다. 모두 자동화하기 불가능한 부분이다. 나머지 과정은 비전시스템과 부품자동삽입기, 테스트장비 등으로 자동화돼 있다.

특히 단말기 성능을 좌우하는 성능 테스트 과정도 모두 자동화돼 있을 정도다. 1개 라인에서 6개의 스타택이 생산되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지만 각종 검사, 성능 테스트 등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불량률은 거의 없다.

스타택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전화다. 하지만 이곳 리버티빌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류 상품을 만드는 곳이 바로 리버티빌 공장인 셈이다. 스타택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독특한 디자인 덕도 있지만 모토롤러 연구진의 밤낮 없는 연구노력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 측면에선 웨어러블(Wareable)을 추구한다. 삐삐처럼 허리에 차거나 목에 걸 수 있고 팔에도 걸고 다닐 수 있는 것 등 착용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의 크기와 무게를 삐삐와 거의 비슷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모토롤러가 생산하는 무선통신 단말기는 모두 이 개념을 추구한다는 것이 현지 연구개발 책임자의 말이다.

또하나의 특징은 신뢰성 검사부문. 이 회사는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시험을 한다. 1.5m 높이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어느 부문이 가장 잘 부러지는지 시험해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모래나 분진이 많은 지역, 혹한이나 열대지방, 악천후 상태, 진동이 많은 지역에서 최소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종 신뢰성 테스트를 한다.

모토롤러는 아날로그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왕좌에 올랐으나 디지털 CDMA부문에선 조금 약화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시장에서뿐이다. 모토롤러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디지털 CDMA시장에서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시장에서도 이를 재탈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모두 끝낸 상태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퀄컴사 CDMA 칩을 대체할 칩을 자체 개발했다. 이제는 외장 디자인만 신경쓸 뿐이다. 1차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 성능 테스트까지 모두 완료된 상태다. 크기는 국산 제품에 비해 약간 크지만 두께는 오히려 얇다. 따라서 무게도 가벼울 수밖에 없다.

CDMA 표준화 주창자이기도 했던 모토롤러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제임스 P 캐일은 한국시장에서 모토롤러 CDMA 휴대전화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장담한다. 그가 분석한 경쟁력 약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CDMA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TDMA, GSM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한 시장만을 보고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다는 것. 자신이 CDMA를 주창하기는 했지만 CDMA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칩세트를 자체 개발하지 못해 디자인 개발에 제한이 많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돼 왕좌 재탈환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차세대 이동전화기술은 융합화할 것이라는 게 모토롤러의 전망이다. 셀룰러와 페이저의 융합으로 음성과 문자정보를 묶어 동시에 전달하는 제품이 등장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는 것. 이와 함께 미래에는 패킷이동기술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보이스 페이저처럼 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 등을 연결해주는 제품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자판기 운영회사에 보이스 페이저를 설치해 놓으면 자판기에 팔 물건들의 재고가 얼마 남아 있는지 운영회사 배달직원에게 자동으로 연결시켜 모자라는 물건을 배달하게 한다는 것이다.

모토롤러 공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느슨하면서도 불량품이 거의 없이 최대의 생산성으로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모토롤러는 기술, 사람, 경영의 묘가 잘 조화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기업임이 분명했다.

◆모토롤러의 차세대 병기 「아이덴」

모토롤러는 그 이름만 들어도 휴대전화와 삐삐를 연상하게 될 만큼 이 두 상품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러한 모토롤러가 이제 대표상품 하나를 추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추가 상품은 일종의 무전기와 휴대전화를 혼합한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장비인 아이덴(iDEN)이다.

96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주가를 올린 이 장비는 세계 공통주파수인 8백㎒ 대역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제품일 뿐 아니라 전세계 가입자도 10월 현재 1백10만명으로 최대다.

아이덴이 처음 소개될 때의 명칭은 MIRS(Motorola Integrated Radio System)였다. 그러다가 UN 산하기구인 ITU의 무선실무위원회에서 세계 표준 디지털TRS로 선정하면서 모토롤러라는 용어를 삭제해 현재처럼 iDEN (Integrated Digital Enhanced Network)이라 불리게 됐다. 일본의 경우 지난 92년 아이덴 기술을 아예 국가표준으로 제정했으며 이스라엘은 자국의 지오텍사가 유사기술인 FHMA를 개발했음에도 아이덴을 사실상 국가 표준기술로 채택할 정도로 유명하다.

아이덴은 시분할다중접속(TDMA)기술을 채택, 채널당(25㎑) 6개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고 통화음질이 휴대전화보다 우수하며 인접채널간 전파간섭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전송도 채널당 64kbps 이상 가능하다. 이 제품은 곧 상용화될 패킷데이터 기술을 비롯, 약 15개의 기술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토롤러는 이들 특허기술을 공개, 라이선스 계약자들에게 무상으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같은 모토롤러의 전략은 차세대 통신수단으로 아이덴을 부상시키기 위해서다.

아이덴이 차세대 통신수단으로 부상할 여지는 많다. TRS는 이동중인 조직원 상호간 그룹통화를 위해 등장한 것이지만 이제는 휴대전화 및 PCS와 같은 이동전화 기능은 물론 문자페이저, 무선팩스, 패킷데이터 단말기능 등을 모두 한 단말기에 담았기 때문이다.

TRS 단말기도 휴대전화와 똑같을 정도로 소형화됐다. 그룹 통화를 위해 사용되던 TRS 단말기가 이제 개인의 휴대전화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TRS망과 일반전화망인 PSTN간 연동이 되지않아 이러한 첨단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모토롤러가 한국 TRS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우선 전국TRS 서비스사업자인 한국TRS를 통해 시스템을 공급하게 됐고 세원텔레콤과 해태전자에 기술이전을 통해 단말기도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모토롤러의 아이덴 사업부문 한국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동 방청천 지사장은 『세계적으로도 TRS망과 PSTN망간 접속을 허용하는 추세여서 우리나라도 더 늦기전에 이 문제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한국도 세계적인 TRS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달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TRS사업자의 교환국 장비간 공용화와 로밍서비스가 가능해야 한국의 TRS사업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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