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성(全遇聖)
81년 광운공대 전자공학과 졸업
81년 MBC기술연구소 입사
86년 연세대 산업대학원 석사
95년∼현재 MBC기술운용국 기술연구팀장
95년 방송공학회 편집위원, 통신학회 통신회로부품 연구위원회 위원
97년 국립서울산업대 강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방송 및 통신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는 방송 및 통신 등 전산업을 뒤흔들 최고의 화두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디지털 지상파 방송(DTT)의 이점은 복합적이다. 시청자들은 고품질, 다채널의 방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 방송 등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방송사업자들도 전문 유료방송, 양방향서비스, 방송 소프트웨어의 다차원적 이용이 가능해져 복합 미디어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게 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디지털 TV수상기 및 송신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창출이 가능해 정보통신 및 영상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주파수 이용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됨으로써 방송채널 부족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중심으로 87년부터 차세대 텔레비전(ATV:Advanced Television)을 지상파 방송에 실용화하고자 했다. FCC는 방송사업자로부터 디지털 방송 면허신청 접수를 받아 99년 5월부터 4대 방송사로 하여금 10대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했다. 99년 11월부터는 서비스지역을 30대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며 2006년 4월 이후부터는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된다.
FCC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 조기상용화 추진계획은 재정적 부담을 염려한 방송사업자와 전미방송협회(NAB)의 일부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최근 의회의 지원에 따라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94년 유럽공동체 전기통신 표준화기구(ETSI)에서 디지털 방송규격인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 표준을 결정하면서 급진전을 이뤄졌다. 이로써 위성 및 케이블 TV의 디지털 방송이 가능하게 됐고 95년에는 지상파 방송을 위한 표준을 채택하기도 했다.
유럽 방식으로 통칭되는 DVB 규격은 케이블TV, 위성, 지상파 및 공시청 안테나(SMATV) 등 여러 매체의 공유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호의 부호 및 압축은 MPEG2를 기본으로 했으며 가입자 관리기능(Conditional Access)을 위해서는 공동의 스크램블링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BBC가 올해 디지털 지상파 시험방송을 실시하고 98년부터 본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날로그 HDTV방송을 고수해왔던 일본도 우정성이 올해 초 BS-4b위성을 디지털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도 2000년부터 디지털로 변환한다고 밝히면서 움직임이 바빠졌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해 왔다. 93년 7월 위성방송 분야에서 디지털방식 적용을 결정하고 95년 5월에는 디지털 위성방송 전송방식 기술기준을 제정했다.
현재는 무궁화위성의 방송용 중계기 6개를 이용하고 MPEG2 방식을 적용한 SDTV(Standard TV)급의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있다.
빠른 진척도를 보였던 우리의 디지털 위성방송은 현재 멈칫한 상태다. 새 방송법의 제정지연과 사업자 선정의 연기에 따라 디지털 위성방송이 실험국 수준으로 전락했고 디지털 위성방송의 유료화 체제 도입을 위한 기술규격 제정도 더딘 상태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나 논의가 이뤄졌던 DTT가 올들어 급류를 타고 있다. 96년말 정보통신부가 DTT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민간기구인 지상파 디지털 방송 추진협의회가 표준방식 및 전환 계획을 수립중이다.
일정상으로는 올해와 내년중 방송방식 및 전환계획이 수립되고 세부기술 규격도 마련되며 2000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는 본방송이 실시된다.
DTT의 표준은 대체로 세가지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각각 나름대로 방송방식 및 규격을 마련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규격인 ATSC방식은 단일 반송파의 8-VSB(Vestigial Side Bands) 전송방식을, 비디오 압축에는 SDTV/HDTV 겸용형, 그리고 오디오 압축에는 돌비 AC-3 규격을 기본구조로 하고 있다.
미국은 80년대 말부터 작업을 시작해온만큼 디지털 방송에 대한 노하우는 여타 나라보다 앞선다. 3대 네트워크의 하나인 CBS의 경우 이미 일부 HDTV방송 시설을 갖추고 시험 방송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HDTV를 수용하는 방송장비의 상당 부분은 아직 상용화 이전의 시제품들이 많은 실정이다.
유럽의 경우(DVB-T)는 전송방식의 경우 다중 반송파를 사용하는 COFDM(Coded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을, 비디오 및 오디오 압축방식의 경우 MPEG2를 적용하여 SDTV와 5.1채널을 지원하는 것을 기본구조로 한다.
일본은 유럽 방식인 OFDM을 근간으로 하여 대역폭을 가변할 수 있는 BST-OFDM을 전송방식으로 하고 있으며 비디오 및 오디오 압축방식은 각각 MPEG2 비디오 및 MPEG2 오디오가 채택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DTT 규격은 지난 3월부터 논의가 이뤄져 최근 표준방식은 결정된 상태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DVB-S(Satellite)를 표준으로 한 데 반해 DTT는 미국 방식을 따르고 있다.
국내 지상파 디지털TV방송의 전송방식으로는 ATSC 방식에서 채택된 VSB 방식을, 비디오 방식은 SDTV/HDTV겸용 방식을, 오디오 방식은 돌비사의 AC-3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그간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노력과 빠른 시장형성 가능성과 같은 기술 및 산업 여건 등이 고려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채택된 지상파 디지털TV 방송방식이 모두 뚜렷한 기술적인 우열은 가리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은 미국 방식을 위주로 이뤄져왔다.
90년 약 1천억원의 정부예산으로 가전업체들과 생산기술연구원이 국잭과제로 1단계 HDTV 개발사업을 수행해 왔다.
초기 2년 동안에는 유럽의 HDTV 방식이었던 HD-MAC을 생산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기도 했으나 HD-MAC을 유럽에서 포기함에 따라 가전업체 위주로 ATSC 방식을 연구해 나갔었다.
95년 12월에는 2단계 사업으로 총 사업비 1천24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HDTV ASIC 과제와 기반기술 과제를 수행해왔다.
HDTV ASIC 과제는 최근 LG전자의 디지털TV 수신 IC세트(집적회로) 개발로 구체화됐다. 디지털 수신부와 디지털 영상처리부 등 5종의 ASIC으로 구성된 디지털TV IC가 상용화될 경우 미국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 개국에 앞서 수상기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며 이로 인해 경쟁국에 앞선 수신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비디오 오디오 압축과정을 거치는 DTT는 다채널의 방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아날로그 방송서비스가 하나의 전체 주파수 대역을 필요로 했던 것에 비하면 혁신적인 기술이다.
DTT에 따라 하나의 방송채널은 최대 4개에서 10개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고정된 주파수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채널간 간섭에 따라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채널까지도 DTT에서는 사용 가능하며 한 채널에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전송할 수도 있어 주파수 사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DTT 상용화에 따라 개발될 디지털 세트톱박스는 각종 양방향 서비스와 데이터 서비스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세트톱박스는 TV만을 강요당했던 시청자들에게 인터넷이나 홈 쇼핑, 홈 뱅킹 및 주문형비디오(VOD)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DTT는 또 정보통신을 근간으로 파생되는 여러가지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며 특히 컴퓨터, 영화, 소프트웨어 부문에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난시청 문제의 경우도 쉽게 해결된다. DTT는 아날로그 방송과 달리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수신이 불가능한 지역만 아니라면 에러 정정방법으로 수신시 입력된 잡음을 제거한다. 스튜디오에서 예상한 화면을 시청자들이 어느 장소에서나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우리나라의 DTT 논의는 방식과 디지털 전환계획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무시 못할 수준이다. 특히 기술측면과 산업논리가 일방적으로 강조된 나머지 지상파 디지털화의 수요와 공급 주체인 수용자와 방송사업자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또한 일부 실패작으로 규정되고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도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점, 신뢰성있는 시스템 구축의 실패, 방송서비스 일정의 불투명 등 디지털 위성방송이 노출했던 문제점은 현재 진행중인 DTT의 추진작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방송은 많은 연구와 노력의 결과 따라서 시청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기존 아날로그 방송 사업자의 부담은 가히 절대절명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송신시설의 디지털화에 투자해야 할 예산만도 약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 투자액은 단계적인 것이 아닌 2000년 시험방송이나 2001년 본방송 시점까지 일시에 투자되는 비용이다. 아마도 이 예산의 대부분은 외국의 디지털 장비 구입에 사용될 것이다.
이밖에도 디지털 수상기의 보급, HDTV의 수용, 디지털 방송의 제작 및 송출 환경, 운영인력, 주파수 배치계획, 유료방송, 동시방송 기간, 타 매체와의 차별화 전략, 광고시장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 주로 전송방식에 국한한 DTT논의를 이제는 방송 제작시스템과 전송시스템간 결합, 전 방송시스템에 대한 토털 솔루션에 대한 고려로 진전시켜야 한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콘텐츠의 고품질화, 다양화, 전문화와 영상물의 윈도전략과 맞물려 그 부가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전제한다면 디지털 방송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유기적인 통합화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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