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업계, 환차손 대응에 고심

영상업계가 원화 환율급등에 의한 환차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대우,SKC,현대 등 영상업계 진출 대기업들은 지난 8월말 외환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9백원대를 넘어선 원화값이 한때 9백20원까지 치솟는 등 마지노선을 예측할 수 없는 널뛰기를 계속하면서 영화 판권 구입비용에 따른 환차손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경우 계약 당시 20% 이내의 보증금을 주고 잔금은 극장개봉에 앞서 프린트 수입과 함께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제작비 산정내역에 따라 은행융자를 받게 되어 있는 외국 영화사들이 리스금액을 늘리기 위해 전액 후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개봉시점에 한꺼번에 대금을 지급하는 업체들도 있어 환율변동으로 인한 국내업체들의 피해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상관련 대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에비타」, 「컷스로트 아일랜드」, 「제5원소」 등을 편당 3백50만∼5백만달러의 고액에 수입해온 점을 감안할 때 연말 대목 극장가에 개봉할 외화의 대금결제를 앞둔 대기업들은 계약 당시보다 작품당 1억∼2억원씩의 환차손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극장체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영화배급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개봉일정이 계속 연기되면서 환차손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약 40편의 영화 수입계약을 해놓았으나 극장을 확보하지 못해 상영이 지연되고 있는 H사의 경우 이로 인한 손해액만도 매달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따라 영화 수입액 지급방식 변경을 검토하거나 외국 공급업체에 심각한 환차손 문제와 시장규모에 비해 불공평하게 맺어진 계약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구매 담당자는 『환율급등으로 갈수록 손실이 커짐에 따라 아예 영화를 일시불로 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대로라면 개봉시기까지 이자가 환차손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뤽베송의 「제5원소」를 5백만달러에 구입했던 삼성측도 올해 수입한 「서브웨이」 「아틀란티스」 「마지막 전투」 등 뤽베송 영화 3편의 대금지급을 앞두고 환차손 문제로 계약금을 재협상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장악화와 환율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간의 연대를 통한 공동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차제에 이를 해외시장에서의 출혈경쟁 방지 및 영화 로열티 낭비에 대한 자정노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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