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63)

김창규 박사는 김지호 실장이 가리키는 칩을 보았다.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 칩이었다.

『아, 이 칩 말이오? 일본에서 만든 커스터머 칩이 맞소.』

『그래요? 어떤 역할을 하는 칩이지요?』

『이곳에 적용되는 칩은 특수한 것이오. 프로그램 구성상 이 부분에서는 회로를 통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오. 통신회선에 낙뢰나 지락으로 인해 순간적인 장애가 발생했다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경우, 이 자동절체시스템으로는 동시에 많은 회선에서 에러 시그널이 치고 들어오게 되어 있소. 이때의 시그널은 충격에 의한 에러이기 때문에 시스템에서 예측을 할 수 없소. 그 에러 시그널을 차단시켜주지 못하면 통신회선의 절체과정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소. 특히 전전자(全電子) 통신시스템에서는 그 시그널을 차단시키지 않으면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주어 시스템이 다운되는 경우가 있소. 이를 방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일본에 의뢰해서 특수 제작한 커스터머 칩이오.』

『이 칩을 직접 확인한 적이 있었소?』

『김 실장, 프로그램이 무엇입니까? 출력만 확인하면 되지 그 과정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오. 조건만 충족시키면 어떤 형태의 칩이 활용되든 문제가 되지 않소. 거기에 독수리가 그려져 있든 황소가 그려져 있든 문제가 되지 않소. 우리가 원하는 조건만 충족시켜주면 되는 것이오.』

『김 박사, 하지만 그 고유번호가 같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요?』

『이 시스템에 사용된 커스터머 칩과 위성에 사용된 커스터머 칩의 고유번호가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자동절체시스템에 사용된 커스터머 칩도 A사이드의 것과 B사이드의 것이 다르게 되어 있소. 다른 절체시스템의 똑같은 분야에는 고유번호가 동일한 칩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종류의 시스템에 고유번호가 같은 종류의 커스터머 칩이 활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고개를 끄떡이며, 자꾸만 내려앉는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김창규 박사를 바라보면서 김지호 실장은 잠깐이지만 혼란스러웠다.

은옥이 확인한 것에 착오가 있었던 것인가.

자신이 잘못 적은 것은 아니었는가?

『김 박사, B사이드의 메인보드를 확인해 봅시다. 거기에 꼽혀져 있는 칩을 보면 어떤 결론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소.』

『어렵지 않소. 확인해 봅시다. 분명히 A사이드의 칩과는 다른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을 것이오. 강 과장, 저쪽에서 연결보드 좀 가져다주시오.』

김창규 박사는 강 과장에게 연결보드를 확보해줄 것을 요청하고 B사이드 쪽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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