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黃希哲 대검찰청 전산관리담당관

「정보사회」는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사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용어 자체가 생성과정에 있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그로폰테는 종전의 사회가 물적기반, 즉 원자(Atom)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 데 반해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는 정보기반, 즉 비트(Bit)를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사회의 단면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정보사회는 몇가지 특징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의 초월, 인간소외의 고도화,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단절, 총상업화 등이 그것이다.

먼저 정보사회에서는 시간, 공간의 구분이 크게 약화 소멸된다. 인적, 물적 자원은 시간적, 공간적인 유통에 많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했다. 특히 민족국가의 출현으로 인해 국경은 높은 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이념은 국가적인 장벽을 더욱더 높게 함으로써 인적, 물적인 유통이 극도로 제한되기도 했다. 이에 반하여 비트는 시간적, 공간적인 장애가 없이 유통됨으로써 근대국가의 국경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국경의 소멸은 그동안 국가나 이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산업사회의 모든 질서를 붕괴시키고 따라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됐다.

다음으로 정보사회는 극도의 인간소외를 초래한다. 인간은 생존과 즐거움을 위해 노동을 하기 시작했으나 산업사회의 획일화한 노동은 이러한 관계를 변질시켰다. 인간은 더 이상 노동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을 통해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이러한 인간소외는 노동의 측면뿐 아니라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정보사회에서는 이러한 인간소외가 더욱더 촉진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인간은 생활을 편이하고 윤택하게 하게 위해 정보를 생산하고 정보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정보화가 심화되면서 인간은 정보의 통제자나 관리자의 역할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정보에 의해 통제되는 하나의 객체로 전락하게 된다. 정보가 양적, 질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유기적으로 연관되게 되면 인간의 통제나 관리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그때부터는 정보는 정보의 자체 논리(Logic)에 의해 움직인다. 정보는 자체 논리가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도 정보사회에서는 인간은 단지 벌거벗은 초라한 정보의 객체일 뿐이다.

다음으로 정보사회에서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관계는 정보라는 인터페이스에 의해서 단절되게 된다. 과거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직접적인 접촉을 주로 참고했다. 그러나 정보사회에 이르러서는 모든 인간관계가 정보, 전산기기라는 인터페이스의 중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신용정보나 다른 정보에 의해 확인되는 사항만이 그 사람을 규정하는 요소가 된다. 아무리 옷을 잘입고 부유하게 치장을 하더라도 그 사람은 오로지 전산화한 신용정보에 의해서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컴퓨터 통신에 의해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직접적인 인간관계 단절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Telecommunication)이라는 용어가 일반화할 21세기에서는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단절은 심각한 비인간화, 인간소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컴퓨터에 몰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극히 비논리적인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는 「현실세계 부적응」 신드롬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보사회의 특징은 총상업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는 국가자본주의였다. 국가라는 경제단위, 경제주체가 중심이 되는 체제였다. 그러나 비트를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는 정보사회에서는 인위적인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보사회에서는 경쟁을 제한하는 모든 요소가 사라지고 따라서 모든 요소들이 거대한 상거래의 영역(Channel of Commerce)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여건하에서는 효율성과 합리성만이 경쟁의 승패를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혁명은 모든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디지털화함으로써 상업화를 더욱더 촉진하고 있다. 일단 디지털화한 정보는 교역거래의 대상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과거에 가장 사변적으로 생각해오던 것까지 이를 분석하여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또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정보사회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우리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정보화가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고 풍요로운 생활에 기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와 복지를 위해 추진하는 정보화가 결국 인간을 소외하고 인간관계를 단절하며 따뜻한 감정이 교환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거래의 대상이 되는 인간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걱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정보화는 「사용자에게 친숙한 (User Friendly)」 정보화를 넘어 「인간 중심적」인 정보화가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람이 서로 단절되어 유목민(Nomad)처럼 끝없이 황량한 황야를 헤매는 비극이 초래될 지도 모를 일이다. 위기는 사람들에게 기도를 하게 할 뿐 아니라 철학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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