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할까.
가전업체들은 요즘 가전수요가 포화기에 들어선데다 시장이 좀처럼 생기를 찾지 못하자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을 새롭게 바꿔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양산시스템을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가전업계의 이슈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이 날로 세분화돼가고 있는 소비계층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 현재까지 완벽한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을 가전생산 라인에 도입한 곳은 없지만 이와 근접한 형태의 생산방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위성방송 교육과 교단선진화사업 특수에 대응해 프로젝션 TV와 위성방송수신기 내장TV, 위성교육용 VCR 등을 학생층과 교실수준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해 월 5천대 정도씩 생산하고 있다. 대형 양문여닫이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도 성수기에는 월 1만대, 비수기에는 월 5천대 안팎으로 생산해 고급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다. 오디오는 국내외 중견, 중소업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시스템을 변경, 대량 생산하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장주문량에 맞는 생산계획을 집행하고 있다.
LG전자도 소사장제(오디오) 뚝딱시스템(TV) 바로바로 시스템(PC)과 같은 셀라인 생산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다품종 소량생산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셀라인에서는 적게는 1명, 많게는 7∼8명을 투입해 1개 모델에 대해 1일 25대 정도씩 소량생산함으로써 동일 모델을 하루에 1천대 이상씩 생산하는 컨베이어시스템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LG전자는 특히 세탁기의 모듈설계 체계를 최근에 정립, 생산라인에서 이를 조합하면 여러가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다품종,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중견 가전업체인 동양매직은 최근 3원화 브랜드 전략을 마련하고 수요계층별로 제품을 차별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즉 주력상표로 사용중인 「매직」 브랜드외에 고급시장을 겨냥한 붙박이 브랜드(레벤)와 할인매장 등 중저가 시장용 브랜드(코스마)를 잇달아 도입했는데 이제 브랜드별로 제품생산 방식과 사양을 달리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그러나 LG전자의 세탁기 모듈설계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단계에 가깝다. 모듈설계 시스템도 아직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단계가 아니며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의 전환여부나 시기는 미지수다.
가전업계에서 완전한 의미의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은 대우전자가 2년전부터 추진했던 주문형 냉장고. 하지만 이 주문형 냉장고의 출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전자가 주문형 냉장고 생산라인까지 갖추고도 결국 시장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기연기함으로써 사실상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업체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현재와 같이 정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돌파구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또 21세기 정보화(지식) 사회에는 다양성이 중시됨으로써 소품종 대량생산의 의미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여기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 가전업계에 다품종, 소량생산 붐은 조만간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을 가전생산라인에 도입할 경우 사업의 기본요건인 경제단위 규모를 맞추기가 곤란하다는 점 때문에 주위에서만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재 기자>
많이 본 뉴스
-
1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2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자체 모델·오픈소스·MS 협력…KT, AI 3트랙 전략 가동
-
5
마이크론 공략 통했다…펨트론, 모듈 검사기 공급
-
6
트럼프, 푸틴과 만남 “매우 곧”..EU 보복관세 계획엔 “그들만 다칠 뿐”
-
7
“브로드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 인수 검토”
-
8
머스크, 챗GPT 대항마 '그록3' 17일 첫선
-
9
천안시, 총 인구수 70만 달성 코앞…작년 7000여명 증가 5년 만에 최대 유입
-
10
속보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여야 합의로 산자위 소위서 가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