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재미교포 2세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재미교포 2세가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방학에만 집에 들를 뿐 완전히 미국식으로 생활해왔다. 한인타운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그의 아버지도 아들이 하버드 법대생이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한국을 우습게 보고 때로는 아버지도 멸시하는 듯한 아들의 태도가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민을 온 이상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아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 미국인 법률회사에 취직했고 점차 그의 능력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독립한 그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이름의 명함을 보고 찾아온 미국인 고객이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아닌가. 하버드 동창들에게 억울함을 말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라 그는 자꾸 고등학교 동창생만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같이 어울리는 순간이 전부일 뿐 사무실에 돌아오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한국에 있다면 하버드 법대 졸업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뭔가는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마침내 자신을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알아줄 곳으로 찾아간다. 바로 한인타운이다. 자신이 태어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에 실로 20여년 만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어렵기만 했다. 영어도 필요없고 아무도 그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지만 돈만이 최고였다. 세탁소를 하며 벤츠를 타고 다니는 아버지는 명문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최근 비디오가게까지 열었다. 저녁때마다 한국 가라오케에서 죽어라 노래만 부르는 아버지는 늘 그렇듯이 별말씀이 없으셨다. 미국노래밖에 모르는 그는 한국 가라오케 술집에 가봐야 찬밥이다. 하루하루 지내면서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졌다.

결국 그는 아버지에게 새로 문을 연 비디오가게를 물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하버드 출신 아들의 그런 제안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갑자기 한국사람 운운하며 돈밖엔 가진 것이 없는 그에게 재산을 물려달라는 것이 겁나기까지 했다. 아예 아들이 보고 싶지도 않았다.

지난 8월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은 미국 LA와 보스턴에 지부를 설치했다. 제일 큰 목적은 무엇보다도 젊은 재미 과학자들의 잠재력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에 그들의 두뇌를 이용하면 양자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다음의 목적은 그들에게 우리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이미 첨단의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우리를 사랑하는 교포 2세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교포에 대해 「잘 사는 땅으로 우리나라를 버리고 이민간 사람들」이라고 백안시해왔다.

교포들 역시 백화점이 붕괴되고 성수대교가 무너질 때, 그리고 대통령이 5천억원이라는 돈을 국민으로부터 훔쳤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한국이 싫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 땅에 사는 우리보다 미국인의 눈치를 보며 사는 그들이 더 괴로웠을 것이다.

우리도 이젠 대만이나 인도같이 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에게 적어도 우리나라를 위해 일 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 때문에 미국으로 가게 된 교포 2세에게는 조국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교포 2세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바로 우리나라를 위해서다.

<주승기 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 서울공대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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