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9)

갑옷형 바이러스.

갑옷형 바이러스들은 최상의 실력을 가진 전문 프로그래머가 개인 혹은 단체로 만들어 침투시키는 바이러스다.

갑옷형 바이러스는 분명한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갑옷형 바이러스에 속하는 것들이 많지 않지만, 장래에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김창규 박사는 갑옷형 바이러스를 떠올렸다.

데이터 입력과정에서는 이상이 없다가 데이터의 입력이 끝나면 장애를 일으키는 자동절체시스템에 침입한 것은 갑옷형 바이러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이의 목마에 숨겨진 갑옷형 바이러스.

『김 실장님, 전화입니다.』

정 과장이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 대리입니다.』

김지호 실장은 계속 입력되고 있는 데이터를 바라보고 있는 김창규 박사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는 듯 정 과장이 넘겨주는 무선용 전화기를 받아들고 자리를 조금 옮겼다.

『여보세요?』

『아, 실장님. 사고현장의 김 대리입니다.』

『그래, 김 대리. 지금의 상황은 어떻지?』

『여러 차례 보고드린 대로 아직 맨홀 속으로 복구요원이 투입되지 못했습니다.』

『복구용 케이블은 도착 완료되었나?』

『서울과 경기지역의 복구자재는 다 도착했습니다. 대전 자재국의 대형 발전기도 도착하여 맨홀 속에 고여 있는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

『광주자재국의 복구차량 도착할 시간이 되었으니까, 도착하면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실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아까 실장님과 통화한 소방서의 구조대장이 실장님께 전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어떤 말이지?』

『화재가 난 1호 맨홀에 대한 사고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도 한 사람이 참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고조사?』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화재원인과 상황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조사가 끝나야 복구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참석하지.』

『실장님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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