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28)

화면에서는 수컷 거미가 벌레 한 마리를 암컷 곁으로 옮겨 주고 있었다. 먹이였다. 암컷은 곧바로 그 곤충에게로 접근했고, 우악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수컷은 암컷의 게걸스러운 포식을 바라보며 더듬이를 치켜세우고 계속 춤을 춰대고 있었다. 계속되는 전희였다.

거미의 경우 춤이나 애무를 곁들인 전희보다는 벌레 한 마리가 더 암컷을 만족시킬 때가 있다. 단백질 먹이를 즐기는 암컷은 에너지를 한껏 충전시킴으로써 더욱 강렬한 절정을 맛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행위에 앞서 벌레의 향연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수컷 거미가 암컷에게 먹이를 바치는 것은 전희의 과정 이외에도 그 먹이로 배를 채우고 자신을 잡아먹지 말아달라는 일종의 뇌물이기도 한 것이다.

담배. 사내는 천장을 바라보며 깊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 간간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디주리두 소리.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사내는 천장의 화면을 계속 바라보았다. 암컷과 수컷 거미들의 사랑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배를 채우고 난 암컷 거미가 수컷이 매달린 거미줄을 장악하고 음부가 있는 복부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수컷은 암컷의 복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애무하는 동안 수컷은 내내 암컷의 앞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대방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암컷의 두 앞다리엔 독침이 있어 쾌감을 이기지 못한 암컷이 은연중 수컷을 찌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암컷과 수컷 거미의 전희는 보통 2,3시간 동안 계속된다. 이때 수컷의 애무는 암컷을 최면에 빠지게 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최면에 걸린 암컷이 황홀경에서 깨어나기 전에 수컷은 서둘러 일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화면으로는 다시 암컷 거미가 수컷의 애무에 보답이라도 하듯 수컷의 뒷다리를 감싸주는 모습이 보여졌다. 암컷 자신의 음부를 한껏 비비는 모습도 보였다.

수컷은 페니스를 닮은, 자신의 더듬이를 사용하여 암컷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암컷이 거미줄에 슬슬 엉겨 붙도록 유도했다. 섹스가 끝난 뒤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한 듯했다.

순간이었다.

섹스는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다.

긴 애무에 비해 거미의 섹스는 단순 명료했다. 페니스의 마찰 없이 수컷의 더듬이에 담긴 정액을 뚜껑이 달린 암컷의 질에 쏟아 붓는 것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