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뜨고있다.그것도 한편이 아닌 3편이 할리우드의 흥행작보다 관객동원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5개관과 지방 상영관에서 개봉된 <넘버 3>(제작 프리시네마)는 평일에도 연일 매진현상을 빚어내며 지난 13일 현재 서울에서만 11만 4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대부분의 「대박」(빅히트를 뜻하는 영화계 속어)급 영화들이 10여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흥행성적은 대단한 것이다.상영 2주째인 요즘도 평일 좌석점유율 7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의 성공요인은 한석규를 비롯한 주, 조연들의 반짝이는 연기와 송능한 감독이 직접쓴감칠맛 나는 대사 덕분에 영화팬들 사이에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있기때문.
배급을 맡고 있는 시네마서비스는 『15일부터 2개관이 늘어나 8개관이 되고 추석때까지 장기상영할 예정이어서 이 추세대로라면 서울 관객 43만명의 <비트>(제작 우노필름)을 제치고 올시즌 우리영화 흥행랭킹 1위에 올라설 희망이 보인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같은 날 서울 13개관을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개봉된 <나쁜 영화>(제작 미라신 코리아)의 기세도 이에 못지 않다. 개봉 첫주에 서울관객 6만 7천명을 동원, <넘버3>를 간발의 차로 앞섰으나 2주째로 넘어오면서 다소 힘이 떨어져 13일 현재까지 11만2천명을 기록했다.영화적 재미와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장선우식 실험」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삭제심의 파문, 제작과정을 둘러싼 논란 등의 흥행돌풍을 낳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작품은 주상영관인 대한극장은 좌석점유율이 떨어지나 동숭씨네마텍과 천호시네마, 명화 등 이른바 「날개극장」에서는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심가에 비해 변두리극장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에 따른 관객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스카라 극장이 가세하나 대한극장에서는 다음주에 막을 내리기 때문에 최종흥행기록은 25만명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한주 늦은 9일 서울 피카디리극장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할렐루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지난 2일 먼저 간판을 내건 부산극장에서만 한주동안 2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고 서울 6개관에서는 5일만에 4만 9천명의 흥행성적을 올렸다.
이 작품은 내용 자체에는 허점이 많으나 「코믹연기의 귀재」로 불리는 박중훈의 고정팬이 워낙 폭넓어 <넘버3> <나쁜 영화>와 함께 본격적인 흥행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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