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디스플레이산업 일본 따라잡기

LG전자 이사 孫正一

우리의 일상 생활을 편리하게 이끌어온 것 가운데 하나로 가전제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전제품 중에서도 디스플레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중요하고 크다. 가전뿐만 아니라 교육매체 및 오락기기 산업 전반과 국방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고 차별되는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디스플레이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브라운관은 1897년 독일의 스트라스부르크대학 교수인 브라운(Braun)에 의해 개발돼 올해로 1백 년이 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연간 2억개 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오랜 역사의 브라운관 산업은 그러나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 등 차세대 제품들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의 단점을 극복해 기술적으로 저전력과 얇은 두께, 초대형화 등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브라운관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브라운관 시장이 이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갑자기 대체되거나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아직도 TV나 모니터가 갖춰지지 않은 미개척지가 아직도 많고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실현될 디지털TV와 고선명(HD)TV에 적합한 16대 9 화면비율의 와이드 방송에 따른 새로운 수요창출 등을 감안할 때 브라운관 산업은 쇠퇴해가는 산업이 아니라 다시 한번 꽃피울 수 있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선두자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브라운관 생산은 양적 측면에서 세계 1위지만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는 일본으로, 특히 차세대 제품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과거 일본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시작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그동안 기술격차를 많이 줄여왔지만 아직도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도 브라운관에만 국한돼 있고 차세대 제품군에서는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있어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고 일본을 앞서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업계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정부와 학계, 제품업계 및 관련 부품업계의 관계가 탄탄하고 폭넓게 형성돼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98년 말 HDTV 방송실시 발표와 때맞춰 우리나라에서도 HDTV 방송수신 TV개발을 위해 전자업계와 정부, 학계가 연계해 공동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산업의 선두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 차원의 방향을 설정하고 연구개발을 위한 업계와 학계의 공동연계가 필요하다. 위성방송과 디지털 방송환경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산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시급하다.

둘째 정부와 학계 및 제품업계간 수평적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제품업계간, 제품과 연관된 부품업계간, 그리고 제품, 부품업계 상호간 연결고리를 확대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그 구성이 탄탄하고 고도화, 다양화해 있어 제품의 경쟁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번째로 이러한 연결고리를 국제화해야 한다. 전세계의 선진업체와 상호간의 기술교환으로 기술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나아가서 변화를 주도해야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하나인 디스플레이 산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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