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성 「제5원소」 원본대로 상영가능할까

삼성영상사업단 (대표 이중구)의 관리에 문제가 있는가. 최근 영화 「제5원소」의 임의삭제와 관련, 삼성이 보여준 대처능력을 보면 평소 「관리하면 삼성」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되고 있다.

삼성은 「제5원소」의 일부내용을 무단으로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17일 내한한 뤽베송 감독의 강력한 항의와 함께 여론의 비난이 잇따르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잘려나간 8분가량을 복원시켜 원본대로 상영하겠다고 약속한 것.

그러나 삼성의 이같은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다. 원칙적으로 공륜의 규정상 삼성은 수정심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공륜 회칙 제20조 1항에는 「일반 공연장에 공개된 작품의 경우 심의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는 심의를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수정심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은 공륜에 「외국 감독과 영화팬에게 공언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진정했으며 실제로 공륜은 지난달 31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예술성 복원차원에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삽입, 삼성의 입장을 살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위원들이 「공륜의 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영화 한편 때문에 규정을 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을 강력히 제기함으로써 이같은 규칙개정의 제안이 기각되고 말았다.

삼성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없게 됐다. 따라서 삼성은 원본대로 상영하기 위해 1억2천만원을 들여 60벌프린트를 새로 만드는 등 준비를 했으나 공륜의 수정심의 불가로 인해 이같은 준비도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제5원소」의 무단삭제로 인해 이미지 실추를 겪었던 삼성은 사전에 공륜의 규정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같은 약속을 함으로써 이미지실추와 함께 추가비용을 지출하는 등 이중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전준비 소홀로 한번 당하면 됐지 똑같은 일로 두 번이나 당하고 있어 요즈음 삼성의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