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세미콘웨스트97」 전시회는 3백㎜ 시대를 맞은 반도체 핵심 장비, 재료의 기술추이를 한눈에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우선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전공정 전시회에서는 지난해 대다수 장비업체들이 콘셉트 수준의 장비를 출품했던 것과 달리 조금만 보완하면 양산라인에 적용 가능한 베타급 이상의 장비들을 대거 선보여 3백㎜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리소그래피 장비의 경우 ASML, 니콘, 캐논, SVG 등 전문업체들이 0.25미크론 이하의 초미세회로 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한장씩 여러번 찍어내던 기존 스테퍼 방식의 제품과는 다른 DUV를 이용한 스캐닝 방식의 리소그래피 장비들을 이번 전시회 주력제품으로 선보여 리소그래피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요 고객 이외에는 시연평가 등 대외적인 기술노출을 극구 꺼린 램리서치의 옥사이드 에칭장비와 베리안의 임플랜터, TEL의 트랙장비, 고쿠사이의 CVD 등도 3백㎜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제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CMP장비의 대거 부상도 이번 전시회의 백미였다. ASIC 등 주요 시스템IC는 물론 64MD램 3세대 이상급 제품으로 이전하면서 수율관리에 필수적인 장비로 CMP장비의 중요성이 대두되자 스피드팸, 어플라이드 등 6, 7개 업체가 시간당 40∼60장까지 처리 가능한 생산성 높은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였다.
테스터 또한 이번 전시기간에 참관객들의 가장 많은 눈길을 모은 분야였다. 메모리, 로직, 혼성신호, 디지털 등 제품별로 다른 테스터를 채용해야 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복합칩 시대에 대응해 칩 상태의 구별없는 「슈퍼칩」 테스터가 주종을 이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테라다인, 안도, 어드밴테스트, LTX 등이 출품한 제품은 프로버 기능을 강화해 한번에 최고 64개의 소자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로 일본과 한국, 대만 소자업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력업체간 이미지제고 싸움도 치열했다. 올 초 계측장비 전문업체인 오팔, 오보트社를 인수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社는 부스 전체를 토털솔루션을 의미하는 문구로 장식해 세계 최대의 장비업체라는 점을 강조했고, 베리안의 PVD부문을 인수한 노벨러스社는 호텔 밖에 별도의 대형부스를 마련해 디퓨전 관련 제품을 단독 전시하기도 했다.
전시기간 내내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각종 세미나 역시 역대 전시회 가운데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준화 문제로부터 출발해 장비, 재료평가 등 각종 3백㎜ 관련 현안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세미나는 전시가 끝나는 21일까지 계속 열렸는 데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의 열기가 식지 않아 3백㎜에 대한 각국 업계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새너제이로 자리를 옮겨 열린 후공정장비 전시회의 핵은 향후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BGA패키지 관련 제품과 조립 및 패키지, 그리고 검사기능을 인라인화한 통합장비의 대거 출현이었다. BGA의 토털솔루션을 선보인 아남의 현지법인 암코의 부스에는 연일 많은 참관객이 몰렸고, 마킹시스템 분야에서는 로핀신나 등이 레이저빔을 이용한 제품을, BGA솔더 및 접착제 분야에서는 유니버설과 에이블스틱이 고기능 제품들을 대거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근 반도체 생산확대에 열을 올리는 대만업체와 반도체시장 신규진출을 추진중인 한화, 동부 등 국내업체 관계자들의 행보도 전시기간 내내 장비, 재료업체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중에서도 20∼30명의 대단위 참관단을 파견한 동부나 김승연 회장이 직접 전시장을 찾은 한화그룹을 둘러싼 해외 유력 장비업체들의 수주전은 벌써부터 수면위로 올라선 느낌을 줄 정도로 두드러졌다.
또 케이씨텍 현지법인과 미래산업의 협력처인 AIO社는 이번 전시기간 중 한국계 업체로는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업체로 꼽힌다. 미국인 현지사장을 앞세운 케이씨텍의 활발한 영업, 홍보활동과 향후 전공정장비의 국내생산을 꿈꾸는 미래산업의 의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약 10만여명의 참관객 동원에 성공한 이번 「세미콘웨스트97」은 역대 전시회 가운데 규모나 출품작 수준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올해 처음 전후공정을 분리해 전시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돼 향후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국에서 개최될 세미콘 전시회의 방향은 전후공정 분리개최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샌프란시스코=김경묵 기자>
많이 본 뉴스
-
1
내년 '생성형 AI 검색' 시대 열린다…네이버 'AI 브리핑' 포문
-
2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3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4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5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6
애플, 'LLM 시리' 선보인다… “이르면 2026년 출시 예정”
-
7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8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9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10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