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부품의 개념을 넘어서 모든 전자관련기기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기술의 집적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분야 디팩토 스탠다드(사실상 표준)의 획득은 곧 바로 막대한 고부가가치시장의 선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시장은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한 업체가 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인텔과 같은 행운」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반도체산업이 제품의 다양화, 고성능화 추세에 따라 기술적인 면에서의 개발투자비가 크게 확대되고 있고, 영업면에서도 다른 업체와의 제휴 없이는 시장점유율 확대 자체가 불가능해 주도권 획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들어 반도체업계는 제휴, 연합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표준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메모리 분야다. 대표적 메모리인 D램 시장에서는 2000년대 초반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1G급 D램 시장의 선점을 놓고 업체들의 경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 대표적인 업체인 한국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시제품을 내놓으면서 이 분야 표준 획득에 한발 다가 섰으나, 1GD램 사업을 둘러싼 싸움 역시 연합 결성을 통한 공동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1GD램 공동 개발을 위해 결성된 연합으로는 IBM, 모토롤러, 도시바, 지멘스로 구성된 연합과 TI, 히타치, 미쓰비시 연합, 루슨트테크놀로지, NEC 연합 등이 있다. 일부 업체들은 독자 노선을 지켜나가고 있으나 현 추세라면 1GD램과 관련한 제휴 움직임은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D램의 속도를 둘러싼 표준화 경쟁도 집적도 경쟁 만큼이나 활발하다. 현 주력 D램에 본격 채용되고 있는 EDO(Enhanced Data Out)형은 올해를 고비로 점차 줄어들면서 내년부터 99년 초까지 싱크로너스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인텔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이 99년 본격 출하를 준비하고 있어 싱크로너스 D램도 99년을 거치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차세대 고속 D램 시장에는 그러나 DDR(더블 데이터 레이트)형이라는 복병이 있다. DDR은 싱크로너스형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로 기존 싱크로너스 생산설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데이터전송량을 2배로 늘려 고속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DDR형 D램 개발과 관련, 한국, 미국, 일본 11개 업체들이 오픈 포럼을 결성하고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99년 이후 고속 D램 시장에서는 램버스형과 DDR형의 치열한 표준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메모리와 로직을 원칩화하는 시스템LSI 분야의 표준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분야 주도권을 획득하려는 일본업체들은 현재 세계 35개 이상의 업체들을 끌어들여 VSI(버철 소켓 인터페이스)얼라이언스라는 표준화 단체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 단체는 현재 시스템LSI분야의 인프라 정비에 나서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이 단체에 필적한 만한 다른 표준화 주체가 없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시스템LSI분야 디팩토 스탠다드는 이들에 의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재료분야에서의 경쟁도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현재 웨이퍼분야의 주도권 싸움은 12인치웨이퍼 실용화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이 싸움은 모든 반도체업체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차세대웨이퍼를 둘러싼 경쟁이라는 특성 때문에 세계 주요 업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구체화된 12인치웨이퍼 표준경쟁의 주체는 미국 세마테크가 중심이 된 I300I컨소시엄과 일본업체들이 결성한 세리트다. 이들 두 단체만을 놓고 볼 때 규모면에서는 한국, 미국, 유럽, 대만 등 전세계 주요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I300I이 위력을 나타내고 있으나, 성과면에서는 조직력을 앞세워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세리트가 다소 앞서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세리트는 최근 한국과 미국업체들에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어 12인치웨이퍼를 둘러싼 표준 경쟁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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