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가정용 진공청소기 휴대형 인기 쑥쑥

가정용 진공청소기시장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90년대초부터 가전3사의 신제품 개발경쟁과 더불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국내 가정용 진공청소기시장이 보급률 50%를 넘어선 지난 95년부터 점차 그 신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반면 차량용으로 인식되었던 충전식 핸디형 청소기가 무선이라는 편리함과 좁은 공간을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는 편리성을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일반 가정에 확산, 중복수요를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핸디형과 캐니스터(Canister, 바퀴달린 유선 청소기)형 사이에 니치마켓을 겨냥한 핸디, 스틱겸용 등의 신규 제품들이 속속 새로운 시장을 이뤄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필립스, 후버, 일렉트로룩스, 아에게, 지멘스 등 외산 캐니스터형 청소기가 전체시장의 약 10%에 달하는 15만대 규모로 수입되고 있어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더욱이 그 수량조차 정확히 잡히지 않는 수입단가 10달러안밖의 중국 및 대만산 저가 핸디형의 유입은 국내 진공청소기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3사는 당분간 시장주도 제품은 고흡입력, 저소음의 국산 캐니스터형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전업계는 이 제품이 지난 한해 동안 판매량 1백30만대, 매출액 1천2백억원, 보급률 53%를 거둔 것으로 집계했다. 또 99년까지는 연평균 10% 수준의 신장세를 유지하면서 연간 2백만대규모로 확대되지만 보급률이 76%에 육박하게 될 2000년에는 한계수요에 이르러 성장은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공청소기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가전3사와 유닉스전자, 우림전자, 두원산업, 제일가전, 우남전자 등 중소업체들을 포함해 10여개 정도. 캐니스터형은 가전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고 중소업체들은 충전식 핸디형 및 겸용 제품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가전3사는 지난 90년대초부터 진공청소기 관련 신기술 개발 및 특허경쟁을 시작하면서 제품개발 방향을 고흡입력, 저소음, 소형 경량화로 가닥을 잡아고 있다. 또 이를 적용한 신제품들을 봄가을 성수기를 겨냥, 앞다퉈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에 진공청소기 붐을 일으켜왔다.

LG전자는 「쓸고 닦을 수 있는 한국형 청소기의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물걸레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소구해왔다. 91년 처음으로 한국형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92년 원형 물걸레 청소기, 93년 동력구동 물걸레 청소기, 95년 면걸레 청소기에 이르기까지 기능의 고급화를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청소기 구입시 우선순위로 삼는 것은 흡입력이면서도 소비자 불만사항 1위는 소음문제를 들고 있다며 고흡입력과 저소음 두가지를 순차적으로 개발, 적용해왔다. 또한 청소기의 소형 경량화를 위해 컴팩트한 디자인의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외관도 하이그로시 등 고광택 소재를 도입, 고급화시켰다.

대우전자는 저소음을 실현하기 위해 모터와 흡입구, 양쪽 소음을 줄이기로 하고 92년부터 MCS(Muffler Chamber System, 흡음방)방식의 구조설계를 적용해 왔다. 이 방식은 진동으로 인해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모터를 흡음방으로 감싸고 흡입된 공기가 통과하는 유로를 마찰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굴절 및 확장하는 것이다. 또한 흡입구의 소음은 흡음재를 부착한 「조용한 브러쉬」로 해결해왔다.

가전3사의 이런 노력은 96년 주력모델이었던 LG전자의 동글이청소기 「대청소(모델명 V-353KH)」, 삼성전자의 왕발이청소기 「잠잠(모델명 VC-6700)」, 대우전자의 조용한청소기 「싹싹이(모델명 RC-718)」로 결집돼 목표수준에 어느정도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대부분의 제품이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고급 제품들과 맞서도 손색이 없을 4백70W 수준의 고흡입력, 50dB이하의 저소음을 실현해낸 것이다.

최근 가전3사가 내놓은 97년형 신제품, LG전자의 동글이 청소기 「쉿」(V-400HS), 대우전자 조용한 청소기 「싹싹이」(RC-1500), 삼성전자 「쎈」 청소기 잠잠(VC-7500) 등도 역시 고흡입력, 저소음이라는 명제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반면 이번 신제품들에는 「체감 소음」과 「위생 배기」라는 새로운 컨셉을 강조했다.

체감 소음은 감성공학 및 기타 소음관련 이론을 적용, 그동안 진행해왔던 기계적인 소음측정치인 dB을 낮추는 작업이 아닌 청소를 하면서도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수준,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 등으로 실생활에 적용시킨 것이 특징이다.

위생 배기는 청소시 흡입된 공기가 먼지가 걸러진 다음 빠져나올 때 제대로 여과되지 않으면 2차오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소재를 바꾼 고청정 필터 및 7, 8중 중복 필터 등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가전3사의 진공청소기에 관한 기술력과 제품 성능은 국내시장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구소련(CIS), 일본 등에서도 인정받아 수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가전3사가 수출실적 1억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 4월엔 삼성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후버, 유레카, 마쓰시타, 샤프 등이 선점하고 있는 미국시장을 뚫고 고급백화점과 할인매장 등에 자가브랜드로 연간 5만대의 1차 공급계약을 맺었다. 특히 이 제품들은 품질을 인정받아 2백달러가 넘는 고가로 판매될 예정이어서 더욱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물량을 포함, 올해 1백30만대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수출실적을 가장 많이 거두고 있는 대우전자는 유럽, 일본, 중국 등의 현지법인 및 유통망을 이용해 지난해 80만대, 5천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는 유럽, 일본 등의 유통망을 보강해 1백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작년에 유럽, CIS, 동남아 등에 50만대를 공급, 3천만달러의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는 CIS 지역에 집중, 1백만대 수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가전3사가 캐니스터형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닉스전자, 우림전자, 두원산업 등 중소기업들은 자체기술력으로 개발한 휴대형 청소기 및 겸용 청소기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닉스전자는 핸디형 및 어깨걸이형 총 6종을 개발하고 있는데, 모두 인천의 남동공단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자체 브랜드와 OEM공급을 병행하고 있다. 충전식 핸디형(UN-5050)은 회전브러쉬, 충전받침대 등의 독특한 기능을 인정받아 96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유닉스전자의 어깨걸이형(UN-6000)은 흡입력 1백10W, 3중 필터, 노즐, 넓은 브러쉬 등으로 바닥청소 및 틈새청소가 용이하며 소형이라 독거가구나 저평수 아파트에서 효율적이다.

우림전자는 「카이젤」이라는 브랜드로 핸디형 3종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신제품(KVC-200Q)은 중국 천진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왔고 나머지는 양산 본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틈새흡입구 및 바닥청소용 브러쉬 등 사용 장소에 따라 바꿔낄 수 있는 세가지의 브러쉬를 장착한 모델(UC-153Y)이 주력제품이다.

두원산업은 충전식 무선청소기를 대기업에 OEM공급하다 최근 자체브랜드인 「윙윙」으로 6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핸디, 스틱형 겸용청소기(VD-319S)는 중소기업 TV박람회, 통신판매 등에서 높은 호응속에 판매돼 단일행사장에서 4억원의 매출을 거둔 적이 있다. 세워서 바닥청소를 할 수 있고 핸디형으로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주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 국산 진공청소기 제조업체로는 제일가전, 우남전자 등이 있지만 이들은 OEM생산만 진행하고 있고 동양매직, 한일전기, 신일산업 등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국내 중소업체들과 외국업체들로부터 OEM공급받고 있다.

10년도 채 되지않아 보급률 50%를 넘어 고속성장한 국내 진공청소기시장. 관련업계는 시장의 성숙을 위해 해결해야 할 몇가지 과제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전3사 주도의 흡입력 높이기 경쟁을 멈추고 기능 및 성능을 차별화하고 편리성을 강화한 다양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니스터, 핸디형으로 양분할 것이 아니라 장소 및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청소기가 새로운 시장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로는 특별소비세 문제이다. 두가구에 한 대씩 꼴로 보급된 진공청소기가 사치성 제품에 부과하는 특소세를 물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분은 국산이 외산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주요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및 대만 등지에서 유입되는 저가 제품들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핸디형의 경우, 몇되지 않는 중소업체들이 국산의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시장을 흐려놓는 이같은 제품들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수입품에 대한 품질규격 강화 및 사후서비스개선 요구 등 관련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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