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연도표기 혼선으로 통칭되는 「컴퓨터 2000년 문제」의 조기대응이 시급하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변호사 연차총회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전산장애는 물론 컴퓨터로 제어되는 사회간접시설의 오동작으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빈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의 책임소재를 놓고 분쟁이 잇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000년 문제로 인한 소송비용만도 수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예상했다. 컴퓨터 2000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일깨워주는 사례다. 단순히 남의 나라 일로 보아넘길 사안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연도표기 혼선에 따른 전산처리 문제가 일부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고 실상규명에 주저하고 있어 2000년 문제에의 접근이 얼마나 소극적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수년전부터 2000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범정부적 조직을 구성, 국가정책 차원에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나 민간기업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걱정만 하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물론 최근 민간기업 및 시스템 벤더,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 등 일각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어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모두 해당분야의 대책만 마련할 뿐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총무처가 최근 마련한 2000년 문제 연도표기 처리지침도 행정전산망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금융기관들이 자체 개발한 것도 자체 전산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 2000년 문제가 컴퓨터 날짜 표기 혼선에 따른 전산시스템 장애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기업에는 자사 전산시스템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이 되나 크게 보면 모든 전산시스템의 장애로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전반에 시스템 장애가 발생, 심각한 공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수백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비롯 제철소, 화학플랜트 등 거의 모든 대형시설이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2000년 문제는 그 심각성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범지구적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에 유의해야 한다.
컴퓨터 2000년 문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모든 전산자원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문제해결에는 모든 전산자원을 분석, 재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고 시간과 소요경비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다 해서 전산시스템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2000년 문제의 특징이다. 특히 해결해야 할 시간이 고작 2년반밖에 남지 않았고 다가올 정보사회는 모든 전산자원이 네트워크화한 환경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따라서 2000년 문제는 특정업체, 특정기관만이 독자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이제 분명히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2000년도 앞으로 2년반밖에 남지 않은만큼 정부나 기업, 컴퓨터 공급업자들은 지체없이 이같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우선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표준 설정 등 해법을 시급히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시스템 개선에 합동으로 나서야 한다. 시스템개선 비용문제는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게 되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나 국회 입장에서는 2000년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법안을 마련,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소송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00년 문제는 관련기관과 기업이 그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 해결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게 우리가 2000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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