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뿐만이 아니었다.
전쟁 개시와 더불어 서북지방을 선점한 러시아군도 우리의 통신기관을 점거하고 약탈했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의주전보사에 침입, 기물과 공금약탈을 시작한 러시아군은 1904년 2월 24일에는 영변 및 안주전보사에 침입하여 만행을 되풀이했다. 전세의 변화에 따라 함경도로 옮겨간 러시아군은 4월 20일 성진전보사를 점령하였고, 5월 28일에는 단천에 침입하여 북청 이북의 통신시설을 불통시켰다. 이러한 러시아군의 통신피탈 과정도 요람일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인왕산.
손톱 끝만큼 남아 있던 태양이 이제 인왕산 능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진기홍 옹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낙엽이 흩어지고, 불어오는 바람이 목덜미로 파고들었다. 멀찍이로 전철역이 보였다.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 그곳에는 1호 맨홀이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전기통신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기도 했다. 진기홍 옹은 화재현장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다.
진기홍 옹은 다시 한번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통신피탈에 맞서 일반 국민들이 벌인 저항운동을 떠올렸다.
통신인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들도 일본이 우리나라의 통신시설을 빼앗고 전주를 관리하자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전선의 절단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전선을 절단하여 통신을 방해함으로써 일본에 저항했던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식은 일본의 침략이 구체화하면서 더욱 확산되어 갔다. 일본은 계속해서 우리 정부에 대해 전선사고의 방지를 요청하는 한편, 마침내 국제법 상 있을 수 없는 만행을 감행하였다. 그들의 군령을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실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은 1904년 7월 중순에 우리정부에 통첩을 보내 동년 5월 이래 경인, 경부 및 평양, 의주간의 전선시설과 철도건설에 많은 피해가 있으므로 그 지역에 일본의 군령을 실시하겠으니, 이를 우리나라 관보에 공시함과 아울러 해당 지방관에게 통고하라고 요구하였다.
「일본군 사령관이 앞서 경평간의 전선 및 철도보호를 위해 군령을 실시하려고 하였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었으므로 미루어왔다. 그러나 그 후 상기 지방에서 사고가 늘어나고 또 원산지방에서도 육군의 방어시설을 소각하려는 기미가 보이기 때문에 임시로 엄한 벌칙을 제정하여 특별히 경계하고 있다. 실정이 이러하므로 이 기회에 경계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 처음에 예정한 군령을 귀국 전역에 실시할 터이며, 통신시설과 철도 이외의 군사시설 파괴자에게도 적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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