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관련제품은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에선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품목으로 판정됐다. 프라이스클럽, 킴스클럽 등 국내의 대표적인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은 올해 초 컴퓨터 전용 진열대를 설치하는 등 컴퓨터 판매에 영업력을 집중했으나 최근 가격책정의 어려움을 내세워 컴퓨터매장을 대부분 철수했다. 일반 유통매장에 비해 상품가격을 싸게 책정하는 창고형 할인매장이 컴퓨터만큼은 상대적으로 싸게 유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속대리점체계와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PC 제조업체들은 별도의 유통사업자에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경우 기존 유통망에 적지않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할인매장에 동등한 가격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똑같은 가격조건이라면 고객은 전문 상담요원과 연관제품 구비가 잘 돼있는 전속대리점에서 제품을 사게 마련이다.
티존코리아는 유통품목이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 관련제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1천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전 PC 제조업체 제품을 취급한다는 면에서 사실상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틀리는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컴퓨터 판매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유지하느냐가 사업성공의 최대 관건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티존코리아는 우선 제조업체로부터 어느 정도의 가격에 제품을 매입하고 이를 얼마의 가격으로 판매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도입가격문제와 관련, 유통업계에는 일반적으로 많은 물품을 거래하면 그 양에 비례해 가격을 할인해주는 「볼륨DC」라는 제도가 있다. 많은 물건을 사게 되면 할인폭도 커진다는 얘기.
티존코리아는 1천평이라는 초대형 매장답게 취급품목과 거래품목도 기존 유통매장의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견상으로 보면 티존코리아는 그 규모만큼 공급업체로부터 많은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고 그에 비례해 저가정책을 구사할 여건이 조성돼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보통 3개월을 기준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등 상품가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물품을 구입하는 유통매장은 고가의 기존 가격을 그대로 고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티존코리아가 유통품목 도입시 반영해야 할 가격책정의 변수가 너무도 많은 셈이다.
판매가격 책정도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체가 유통까지 전담하고 있는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에서 제조업체들은 자체 유통망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제조업체로서는 특히 별도의 유통사업자가 자체 유통매장보다 저가로 제품을 판매할 경우 유통업체에 제품공급을 중단하는 관행을 지켜오고 있다.
제조업체가 이같은 관행을 버리고 대형 할인매장에 제품을 저가로 공급한다 하더라도 같은 지역을 상권 기반으로 삼고 있는 기존 유통매장(특히 전속대리점)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부 컴퓨터업체들이 티존코리아에 대한 제품납품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표면적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제품 공급가격 및 판매가격에 대한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이 내재해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티존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제품 판매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단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제품 공급가격을 비롯해 매장영업 및 인건비, 판매마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수준이 책정될 것이고, 아마도 제조업체에서 운용하고 있는 전속대리점과 동등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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