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26);LG전자 이감규 책임연구원

국내 가전업체들이 선진 경쟁사에 비해 취약한 분야로 시험기술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험기술은 제품이 나오기 전에 제품의 성능을 여러모로 따져보고 가능한 고장까지 예측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응용기술인 제조기술과 달리 다양한 원천기술의 축적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기술은 그 성격상 당장 효과를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에 상당한 투자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시험기술은 그동안 경영자의 관심 밖에 있었다. 시험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투자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심지어 치열한 신제품 출시경쟁으로 시간에 긴 나머지 시험절차를 생략하는 전자업체도 있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생산단계에서는 정상인 제품이 소비자에게로 가서 불량제품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제품을 만든 회사는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한꺼번에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다.

LG전자 李圭 책임연구원(38)은 이같이 척박한 국내 시험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는 개척자 가운데 하나다.

그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최근 AE(Acoustic Emission)신호계측을 이용한 사전 불량검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에어컨 컴프레서 라인에 구축됐는데 즉석에서 제품의 불량여부를 진단하는 획기적인 검사시스템이다.

AE는 에너지가 변형될 때 탄성파가 생기는 현상인데 이 신호를 분석하면 제품을 뜯어보지 않고도 이상 여부는 물론 그 부위과 원인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에어컨은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고장난 샘플을 수거하기 힘들다. 고장을 분석하기 어렵고 개선점을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서 사전에 불량의 원인을 자동으로 파악해 처리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검사시간도 크게 단축돼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게 그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이 이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의 히타치가 에어컨사업본부에 이를 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다.

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해초부터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개발에 들어갔다. 부족한 이론과 기술은 부산대 정밀가공연구실의 도움을 받았다.

AE신호를 감지할 센서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부착할 위치를 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체 실험을 거쳐 결정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지리한 신호분석을 위해 밤샘작업하기 일쑤였다.

결국 1년 만에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모델로 삼은 히타치에 이어 두번째 개발이라는 개가를 올리면서다.

그는 『1년 동안 연구에 몰두해온 설계실 식구들과 이 시스템 개발에 5억원이나 투입한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개발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3년에 이 회사에 들어온 그는 줄곧 공조기기부문 설계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요즘 하는 일은 제품설계보다도 프로덕트매니저(PM)로서의 일이다.

PM은 수요조사에서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거의 모든 절차에 참여하는 개발자다. 개발자가 시장상황을 더욱 더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낳은 새로운 일로 일종의 조율사 역할을 한다.

이 책임원구원은 LG전자 안에서 몇 안되는 PM 가운데 하나다.

『에어컨공장이 1공장에서 2공장으로 이전했던 89년에 세운 95년도 에어컨 매출목표는 1백만대였다. 실제 판매대수는 98만대로 목표에 거의 근접했다. 2000년에 세계 에어컨 3대 업체에 진입한다는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자신감은 현재 어느 선진업체와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확보한 제품 기술력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했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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