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에 열흘간 영국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서 한국 중소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초청한 방문단을 안내한 적이 있었다. 각 지역특성을 감안하여 3개 그룹으로 나뉜 이 방문행사는 올해로 6년째며 참가한 기업체 대표들 모두가 적지 않은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고들 한다. 영국이 어떤 나라였는가. 한때는 지구상에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아니었던가. 그러한 영국이 한국 중소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참가 대상업체의 선발에서부터 현지에서의 빈틈없는 안내와 설명을 준비해 행사를 능률적으로 이끌어 나가면서 투자유치에 대한 특별한 부담도 주지 않으면서 사후관리까지 세심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영국은 이미 국내의 유수한 대기업들을 비롯해 상당건수의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영국이 왜 이같은 일을 하는가. 거슬러 그 원인을 추적해 보면 「영국병」이라고 했던 격심한 노동쟁의로 말미암아 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산업이 위축돼 엄청난 실업인구가 발생하고 그 악순환의 여파가 한국의 중소기업까지 유치해야 할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그들이 기술이 모자라서 그런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잘 정비된 산, 학, 연의 연대관계를 토대로 많은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마쳐놓고 기업화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기업여건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퍽 대조적이다.
블루컬러직의 평균 임금수준이 우리보다 낮을 뿐더러 연간 인상폭도 안정적이다. 과거와 같이 격렬한 노동쟁의와 파업은 사라지고 노동의 질이 좋아졌으며 오히려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준 것에 고마워하고 열심히 자기책임을 다해 준다고 한다. 대출금리가 낮고 공장부지가 저가인 것은 물론이고 어떤 지방에서는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공장을 지어 고용창출만 해달라고 말했다.
공장설립에 따르는 행정지원부문에서도 온갖 편의를 제공해준다. 기본적인 요건만 갖추면 상세한 것은 추후 보완조건으로 하고 허가를 우선 내주는 편리한 행정을 펴고 있다. 각종 수속절차에서도 공무원이 손벌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 많은 구비서류에 수년이 걸려 준공 전에 지쳐버리는 우리의 현실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우리의 현실이 이러한데 어느 외국기업이 이 땅에 들어와 투자하려고 하겠는가. 우리 기업들도 기회만 되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사용자나 근로자나 과거 일자리가 없어 헤메던 그 시절을 한번쯤은 되돌아보면서 우선 기업의 성실한 성장발전을 전제로 성의있는 대화와 타협과 양보로 매듭을 풀어나가야 하겠다. 작금의 어수선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모두들 반성하리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살리지 않고는, 우리의 경제력이 막강해지지 않고는, 국제사회에서 결단코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다. 설사 올림픽을 치르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 의식을 바꾸지 않고는 우리가 일등 선진국가와 국민이 될 수 없다. 거창한 구호와 주제를 내거는 대신 주변의 일상적인 것부터 하나씩 고쳐야 하겠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정말 혼이 깃든 물건으로 인정받아 높은 값에 팔려나가도록 하지 않고는 설 땅이 없다. 「이만하면 되겠지」 「대충 빨리빨리」라는 말은 이 사회에서 사라지게 하자. 참된 근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 일한 가치를 보람되게 하며 착실하게 저축한 돈의 가치가 높이 평가받도록 하자. 우리 모두 「使」도 「勞」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의식의 전환으로 선진화의 대열에 동참해야겠다..
<韓義鉉 유양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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