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EC와 후지쯔가 미국에서 비동기전송모드(ATM) 통신방식을 채택하는 차세대 교환기의 판매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對美 판매공세는 기존 교환기에서는 북미지역 관련업체들이 AT&T 등 현지 통신사업자용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시장 초기단계에 있는 차세대 교환기에서만큼은 일본세의 미국 내 입지를 강화, 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는 움직임으로 주목된다.
동시에 이같은 움직임은 역공세, 즉 미국이나 유럽업체의 對日 공략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어 결과적으로 통신기기 수주를 현지 제조업체가 독식하는 현행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며 교환기 대경쟁시대의 막을 올리는 신호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지금까지 세계 교환기시장은 각 지역을 그 역내업체가 나눠먹는 구도로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며 형성돼 왔다.
사실 교환기는 통신경로를 규정하는 통신네트워크의 중계장치로 통신사업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장치다. 그런 만큼 통신사업자와 제조업체는 과거의 납입실적과 공동개발 등으로 상호 결속을 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미, 일, 유럽의 기존 교환기시장에서는 현지의 유력 제조업체가 자기 지역을 지배하는 나눠먹기식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단 주인이 없는 아시아, 남미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미, 일, 유럽업체간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차세대 교환기시장은 새로운 시장질서를 예고하고 있다. 그 계기는 ATM방식 신기술의 등장.
ATM은 회선당 전송속도가 1백56∼6백22Mbps로 일반 전화회선의 2천4백∼9천7백배에 달한다. 이는 음성, 데이터는 물론 정보량이 큰 동영상도 지체없이 보낼 수 있는 속도로 ATM이 멀티미디어시대 주력 교환기로 채택된 주된 요인이다.
또 ATM은 초고속 데이터통신 등 특수 용도에 사용되기 때문에 음성 중심의 기존 교환기와는 전송로만을 공용할 뿐 기본적으로는 개별적으로 채택된다. 통신사업자는 따라서 기존 교환기에 관계없이 가장 적합한 차세대 교환기를 구입하면 된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ATM교환기시장이 기존 교환기의 나눠먹기식과는 다른 대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며, 일본의 對美 공략을 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ATM교환기에서 일본 업체로 처음 미국시장 개척에 나선 곳은 후지쯔. 지난 89년 캘리포니아州에서 열린 전시회에 시제품을 다른 경쟁업체에 앞서 발표했으며 92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州 멀티미디어 통신망용으로 세계 최초의 실용기를 수주했다. 미국 지역전화업체인 벨사우스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이 통신망은 음성중심 교환기와 기간회선부를 공용하면서 동영상을 구사한 원격의료, 교육서비스 등에 이용되고 있다.
후지쯔는 이후에도 지역전화업체를 중심으로 ATM교환기를 잇따라 수주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사우스웨스턴 벨과 사실상의 독점공급계약을 체결, 미국 내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약 50개의 교환기를 납품했다.
NEC도 최근 미국 제3위 장거리전화사업자 스프린트와 독점 납입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NEC는 스프린트가 금세기 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는 ATM망 정비사업에 약 3백억엔 규모의 ATM교환기를 우선 공급할 수 있는 기득권을 획득했다.
이 두 회사의 호조로 일본업체들의 미국 내 점유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ATM교환기시장은 LAN용을 포함해 연간 5백억엔 규모인데 이 가운데 20% 가량을 일본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TM시장은 초기 단계로 규모가 아직 미미하다. 후지쯔도 주문형 비디오(VOD)가 보급되는 2, 3년 후에나 본격적으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일본업체의 對美 공세에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캐나다의 노던텔레컴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응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에릭슨이 글로벌 경쟁시대를 대비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이들의 대응은 일본시장 역공이 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차세대와 기존 시스템간의 친화성이 의미를 잃어가면서 교환기시장은 과거의 점유율에 안주하는 시대를 마감하고 대경쟁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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