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수사업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아남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지난해 무궁화위성이 발사된 이후 각각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세트톱박스와 이를 내장한 컬러TV 등을 상품화하고 시장선점에 나섰으나 통합방송법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프로그램 공급이 여전히 시험방송 수준에 머물고 있고 최근 들어선 위성방송 규격 자체가 재검토되고 있어 전반적인 사업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말 국회통과를 예상됐던 통합방송법안은 올들어서도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MBC, SBS 등 기존 방송사의 시험방송 참여 일정도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일하게 시험방송을 하고있는 KBS도 화면비율 16대9 광폭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 송출은 하루에 1∼2시간에 불과해 광폭TV 판촉과 연결시키려고 했던 가전업계를 실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4사의 위성방송 수신기(내장형 TV 포함) 판매량은 올들어 월 5백대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판촉활동도 경쟁사를 의식해 대리점에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소강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또 한국통신이 디지털 위성방송에 사용할 새로운 송출장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 장비의 운용상 효율성을 높이고 향후 수출용제품 개발이 용이하도록 한다는 취지아래 기존 위성방송규격을 유럽에서 개발된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규격과 완전히 일치시키자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가전업계의 신제품 출시 및 개발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지난달 위성방송수신기가 내장된 신모델(모델명 WT-321WS)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방송규격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면서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 보호와 기존 구입자에 대한 배려를 감안해 기존 위성방송규격을 유지하자는 것이 가전업계의 입장』이라고 설명하고 『만일 규격이 재조정될 경우 이미 팔린 위성방송 수신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며 소비자에 대한 환불 및 사후처리에 최소한 1백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남전자의 관계자는 『위성방송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부품수급 및 재고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개발일정도 전반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타 업체의 관계자들도 『위성방송 수신용 세트톱박스가 향후 다양한 용도로 발전될 수 있는 고부가제품인 점을 감안할 때 위성방송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국내업계가 이 분야에 대한 기술경쟁력을 강화할 수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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