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 그 현장을 가다
『벤처기업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그룹웨어 소프트웨어시장 1위 업체인 핸디소프트는 95년 창업 4주년을 맞아 과감히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국내시장에서는 더이상 오를 자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던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지 1년 만인 96년 핸디소프트는 커다란 일을 저질렀다. 국내업체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로는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일본 아마다그룹과 CALS 솔루션 공급 및 구축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핸디소프트는 일본 아마다그룹과의 수출계약으로 향후 5년간 적어도 1억5천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약규모도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 굴지의 제조업체인 아마다그룹이 핸디소프트가 개발한 CALS 솔루션인 「핸디*솔루션」을 택했다는 점이다. 아마다그룹은 핸디*솔루션을 이용, 2만여 협력업체와 연결하는 전산망을 구축해 제품수주, 설계, 생산에 이르는 주요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핸디소프트의 아마다그룹 수출계약은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에 반신반의하던 국내업체에 자신감을 줬다는 데 가장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솔직히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를 계기로 소프트웨어업체의 해외시장 공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슈퍼스타소프트웨어의 강영선 사장은 경쟁기업인 핸디소프트의 성공이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던 국내업체들의 막연한 자신감을 확신으로 바꿔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고무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경쟁업체의 업적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국내 풍토에서 이는 상당히 드문 일이다.
창업 2년 만인 93년 윈도기반 필기체 인식 워드프로세서 「핸디*워드아리랑」 발표, 94년 제1회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 수상(핸디*워드아리랑), 94년 윈도기반 그룹웨어 「핸디*오피스」 개발, 전자결재부문 KT마크 획득(핸디*오피스), 96년 1월 일본어판 「핸디*오피스」 발표 및 일본 수출, 96년 11월 「핸디*솔루션」 아마다그룹 수출계약.
핸디소프트가 그동안 이룩한 업적은 경쟁업체들이 넘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기만 하다. 하지만 핸디소프트도 처음 시작할 때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구멍가게」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91년 안영경 사장이 서울 강남의 선릉역 근처 오피스텔 한 구석을 얻어 핸디소프트를 차렸을 때 관련업계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창업 당시 핸디소프트의 직원은 사장을 포함해 7명. 어디에 회사라고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핸디소프트가 이름도 낯선 그룹웨어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로터스사가 주력 제품인 「1, 2, 3」를 제쳐놓고 그룹웨어 「노츠」 개발에 매달리자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로터스의 장래를 비관, 주가가 폭락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핸디소프트에 대한 국내업계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기술력이 있는데 우리가 왜 못하겠냐는 오기가 들었지요. 회사에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직원 7명과 회사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로터스도 그룹웨어의 윤곽만 잡고 있었지 핵심엔진 개발에서는 우리가 앞섰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개념이었지요. 사실 기술적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상업적인 성공만큼은 저 자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핸디*오피스 개발에 매달렸던 것은 외국 경쟁사보다 한 걸음 앞서야 국내 소프트웨어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안 사장의 「외국 경쟁사보다 앞서야 산다」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96년 말 기준 핸디*오피스의 국내 그룹웨어 시장점유율은 55%. 국내기업과 관공서의 업무구조가 외국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세계 그룹웨어시장 대부분을 로터스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한 마디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야마이치정보시스템(YIS)이 그룹웨어 도입을 위해 로터스 노츠, 후지쯔의 「팀웨어」 등 세계 7대 그룹웨어 제품을 놓고 벤치마킹 테스트를 통해 기능을 분석한 자체 평가에서도 상용화 제품 가운데 핸디소프트가 1위를 차지, 기술적으로도 앞선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핸디소프트가 이처럼 세계 그룹웨어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분야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97년 4월 현재 핸디소프트 1백56명 전체 직원 가운데 75명이 연구개발 엔지니어이고 1년 예산의 60%가 연구개발비에 할당되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도 드러나듯 벤처기업으로서 핸디소프트가 내세우는 기업이념은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다. 기업은 항상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사 직원들의 도전의식이기도 하다.
사실 핸디소프트가 국내 그룹웨어시장 선두의 자리에 만족했다면 이 회사는 그저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조금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 가운데 하나로 머물렀을 것이다. 하지만 핸디소프트는 국내 그룹웨어시장 1위의 자리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고 과감히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인 벤처기업에서 국내시장은 전문경영인과 직원들의 자율적인 경영에 맡기고 안 사장이 직접 연구원 30여명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재창업의 의지로 회사의 모든 것을 건 모험이었다. 벤처기업으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핸디소프트는 일본시장에서의 자립기반을 확립하고 98년부터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북미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없다는 벤처기업의 본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 그 자체가 가슴 떨리는 일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핸디소프트의 안영경 사장(43)은 벤처기업이란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그 자체라고 단순명료하게 말한다.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데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요. 도전에 실패하는 것보다 무서운 일은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는 겁니다.』
8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 시스템공학연구소 제9그룹 실장(82∼91년), 88 서울올림픽 기술지원단 경기전산부장(87∼88년), 행정망 시범시스템 개발팀장. 핸디소프트 창립 이전 그의 화려했던 경력이다.
젊은 나이에 굵직한 정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안 사장은 지금까지 계속 연구원의 길을 걸어왔다면 정부 주요 연구소의 책임자 자리 하나는 꿰차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 사장은 92년 안정된 연구원의 길을 버리고 혼자 벤처기업 핸디소프트를 창업했다. 그를 아끼던 은사와 선배, 동료들이 모두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앞날은 불투명했지만 두렵지는 않았습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88 서울올림픽 전산시스템에 클라이언트서버 모델을 도입해 성공하며 세계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이 때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세계에 보급하자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핸디라는 이름도 그렇게 해서 붙인 거지요.』
안 사장은 핸디소프트를 설립하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필기체 인식기능을 갖춘 「핸디*워드아리랑」을 발표, 94년 창설된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을 수상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핸디소프트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94년 국내 최초로 「핸디*오피스」라는 이름의 윈도기반 그룹웨어 제품을 내놓으면서부터. 당시로는 그룹웨어란 개념은 물론 이름조차도 낯선 시절로 로터스의 「노츠」가 이제 막 선을 보이던 시기였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는 PC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습니다. 네트워크 환경에서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며 업무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결실이 핸디*오피스였습니다. 하지만 영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기업에 그룹웨어란 개념조차도 생소했으니까요. 가장 어려웠던 때도 이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현실간의 괴리, 그것이 자금문제보다도 오히려 풀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95년 안 사장은 또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누구도 꿈꿔보지 못한 소프트웨어 수출에 나선 것이다. 96년 1월 일본의 세이코엡슨 및 야마이치정보시스템 등에 핸디*오피스 수출계약으로 물꼬를 트더니 96년 11월 일본 아마다그룹과 5년간 1억5천만달러 규모의 「핸디*솔루션」 수출계약을 체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연말까지 아마다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11억 인구의 중국시장과 동남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의 본거지인 북미까지도 공략할 생각입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발 먼저 시장변화에 대응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로터스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업체와의 경쟁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벤처정신이란 꿈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역설하는 안 사장은 직접 새로운 세계에 과감히 도전,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함종렬 기자>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