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전자, 3DO 하드웨어부문 인수 배경

삼성전자의 미국 3DO사의 하드웨어부문 인수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에 위치한 비디오게임 기술개발업체인 3DO사는 세계 최초로 32비트비디오게임기를 출시했으나 소니, 세가엔터프라니즈사 등 일본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막대한 손실을 기록해왔다. 따라서 지난해 9월 창업자 Trip Hawkins 씨가 일상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Hugh Martin 사장이 뒤를 이으면서 3DO사는 사업구조를 소프트웨어부문으로 전환하고 하드웨어사업부문을 매각키로 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와 인수문제를 논의해오던 중, 지난주에 마틴사장과 실무자들이 내한, 삼성전자측과 최종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합의 내용은 삼성전자가 2천만달러에 3DO사측의 하드웨어기술 및 특허를 이전받고 인력을 흡수, 별도의 개발회사를 설립하는 것.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강화하려는 삼성측의 입장과 주력부문을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과정에 자본이 필요한 3DO사의 입장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비메모리반도체사업을 강화하면서 해외선진업체들과 제휴, 멀티미디어의 핵심기술인 MSP(Multimedia Signal Processor)의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선진업체들의 기술이전기피와 자체기술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기술확보 차원에서 이번에 3DO사의 하드웨어기술을 인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측은 발표에서 『현재 3DO사가 개발중인 차세대게임기용 핵심칩인 MX칩의 기술에 자사의 DVD기술을 결합, DVD프로세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에서도 이를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번 3DO인수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뒤따른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삼성전자측이 밝힌 MX의 기술이 완성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자체가 모험이라는 것이다. 이점은 3DO사가 당초 MX의 워킹샘플을 빠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초에 완성한다는 개발일정을 미뤄 볼 때 현재 MX칩은 이제 개발실의 설계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MX프로젝트가 기존의 일본 마쓰시타전기가 3DO측으로부터 인수한 64비트게임기 「M2프로젝트」에 비해 처리속도가 4배이상 뛰어난 차세대 기술이나 과연 MX칩의 개발이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2,3년전부터 3DO사의 경영체제가 흔들리면서 핵심기술엔지니어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태에서 MX연구작업이 과연 제대로 이뤄졌겠느냐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M2기술을 인수한 마쓰시타전기가 3DO사의 최근 제의를 거절한 것도 3DO사의 기술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얽매여 성급하게 이 회사를 인수한게 아니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섞인 지적이다.

또한 3DO사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 및 특허 등을 인수하고 3DO사의 하드웨어사업부문이 추진해오고 있는 사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양측의 합의내용 자체에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있다. 이는 마쓰시타전기가 1억달러에 인수한 M2의 기술이 완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3DO가 삼성전자에 넘어간 데에 따른 문제이다.

이번 양측의 합의안을 그대로 해석할 경우 마쓰시타전기는 앞으로 삼성전자측으로부터 M2 기술을 지원받아야 한다. 그런데 마쓰시타가 과연 이를 수긍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마쓰시타전기가 M2기술을 이용, 게임기사업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서 특허문제가 말끔하게 정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측은 『마쓰시타전기는 M2의 독점 사용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허와 관련,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은 『게임기사업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마스시타전기측과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제까지 기술벤처회사인 3DO사의 경영형태로 볼 때 이번 계약이 마쓰시타전기와 삼성전자간에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삼성전자가 과연 3DO사의 인력을 제대로 확보, 별도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점과 관련 삼성전자측은 『5백만달러를 종업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핵심인력을 받아들일 계획이기 때문에 기술인력확보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삼성측은 『현지법인의 기술인력과 함께 운영하면서 신설회사 AGT사의 경영에 있어서도 현지인 경영체제로 벤처기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줄 예정이다』고 덧붙인다.

아무튼 이번 3DO의 하드웨어부문 인수로 삼성전자가 이전에 3DO사와의 관계설정에 실패한 LG전자의 전철을 밟지 않고,당초 목표대로 멀티미디어 핵심기술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삼성전자의 3DO사의 하드웨어인수에 따른 성패여부는 3DO의 멀티미디어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차세대제품들을 제대로 개발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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