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22);동남아가전시장 한·일전

동남아시아시장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업체간 시장쟁탈전이 앞으로 가열될 전망이다.

두 나라 가전업체들은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 세운 현지 생산공장의 가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와 같이 전망이 밝은 AV제품과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백색 가전제품을 둘러싸고 양측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 경쟁은 먼저 현지 생산기지의 확충 경쟁에서 시작됐다.

일찌감치 이 지역에 진출한 일본 가전업체들은 거의 모든 나라에 현지 생산공장을 갖췄는데 해마다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업체들은 제품에 따라 특정 국가에 투자재원을 집중시키는 생산구조 조정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도시바는 태국을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가전제품을, 중국과 베트남을 컬러TV와 오디오 등 AV제품을 각각 생산하는 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마쓰시타 역시 태국과 인도를 각각 백색가전제품과 AV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전체 시장에 공급하는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히타치의 경우 태국에서 세탁기를, 말레이시아에서 에어컨을 각각 생산하는 등 나라마다 특정 제품을 집중 생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최근 이같은 양적인 확대와 아울러 국제조달조직(IPO),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등 질적인 향상도 꾀하고 있다.

우리 가전업체들은 아직 현지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점차 생산구조의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를 동남아시장 공략의 주요 축으로 삼고 이들 나라에 대단위 복합 가전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베트남의 복합가전단지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며 삼성전자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투자 재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전3사는 또 일본업체와 마찬가지로 현지 생산기지와 연구개발조직을 연계하는 계열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한, 일 가전업체간 경쟁의 2라운드는 판매경쟁이다.

이 경쟁은 올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은 현지 생산의 안정화와 엔화 약세를 발판으로 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고 한국업체들은 제품 고급화로 맞서고 있다.

소니와 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은 최근 동남아시장에서 컬러TV를 한국제 동급 제품보다 싼 값에 내놓았다.

높은 브랜드지명도를 앞세워 그동안 써왔던 고가격 정책과 크게 벗어난 일인데 한국업체를 겨냥한 인상이 짙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국내에서만 선보인 고급형 컬러TV를 동남아시장에 출시키로 했다.

일본업체의 저가공세를 역이용해 제값받는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맞불 작전인 것이다.

또 현지생산한 저가제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물량 공세로 제품마다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이 현지생산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전체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 나라의 가전시장을 장악한 후 인접국가로 시장을 넓혀간다는 전략인 것이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가전업체들은 기존 제품과 아울러 DVD플레이어를 비롯한 첨단 AV제품의 동남아시장 공략도 올해부터 강화할 방침이다. 미래 가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모로 동남아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한국과 일본 가전업체간 경쟁은 볼만해졌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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