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이비 사이버문화"를 경계한다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그 폐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터넷을 통해 邪敎를 전파하려는 이른바 「사이버 컬트」가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산타페에서 발생한 39명의 집단 자살사건의 배후에는 인터넷 가상문화가 있었다는 보도다.

인터넷 사교에 관한 한 우리나라도 이미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도 이와 유사한 신흥 종교집단의 사이트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산타페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사이버는 가상이란 뜻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似而非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님을 나타내는 말로 가짜, 엉터리라는 말과 비슷하게 사용된다. 동서를 막론하고 두 표현은 음성학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나 유사한 점이 많다. 사이버 컬트는 사이버문화의 사이비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산타페의 참사를 일으킨 사교집단 「하이어 소스」는 인터넷에 「헤븐스 게이트」라는 웹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교도들을 모으고 또 사업까지 벌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제 문화에도 전문화, 즉 「니치 컬처화」가 급진전되고 있으며 사이버 컬트는 그 한 예다. 웹에 들어가서 검색엔진을 사용하면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을 전세계에서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 인터넷 메일을 이용하면 쉽게 접촉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신으로, 또 사교 전파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요구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공동체의식의 부족이란 속성에 기인한다. 「혼자서 몰래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인터넷의 장점이 컬트에 빠지는 함정이 되는 셈이다.

인터넷은 또한 정보교류에 경제적이며 거리에 제한이 없다. 특히 전자메일을 이용하면 값도 싸고 편리하게 전세계 어디에든 설교를 전달하고 교도들을 결속시킬 수 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사이비 교주들은 교회와 같은 건물을 가질 필요도 없다. 가상공간에서 보다 손쉽게 파고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21세기 사교의 전당은 바로 인터넷 가상공간인 셈이다.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교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한다. 컴퓨터에 빠지면 빠질수록 스크린내 세상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고 점차 현실과 멀어진다. 이들은 어느 쪽이 진정한 세상인가에 대해 혼돈을 겪게 된다.

또 컴퓨터를 다루는 시간이 늘수록 외부 물정에 둔해지고 이에 따라 인터넷에 떠오르는 내용들을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컬트교주들이 노리는 바도 바로 이같은 공동체 사회와의 괴리현상이다.

한 인터넷작가는 『인터넷의 본성은 무한하고 영묘해 거의 신성에 가깝다』면서 이같은 본성이 사교와 결합할 때 가장 위험한 결과가 빚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생명복제 논쟁이 활발하다. 양을 복제한 데 이어 일전에는 원숭이 복제에 성공, 생물학적인 복제인간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유전공학적 발달로 인류가 복제인간의 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사이버 컬트는 자칫 인간내면의 복제를 완료시킴으로써 완벽한 복제인간을 만드는 마무리작업이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종교의 전당마저 오염되면 인간은 이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갈 곳이 없다.

이번 산타페의 광기는 헤일봅 혜성의 출현이 계기가 됐다. 오는 2000년 세기말 현상을 앞두고 이같은 인터넷 사교의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이버문화의 사이비화를 경계해야 될 시점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