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가 디지털 특수효과 전쟁에 휩싸여 있다.
디지털 할리우드 대전을 이끄는 수장들은 ILM사의 조지 루커스, 디지털 도메인사의 제임스 카메론, 픽사사의 스티브 잡스 등 3인. 이들은 올 여름 극장가에서도 컴퓨터그래픽 신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특수효과 군단을 이끌고 불꽃튀는 SF의 한판승부를 치를 계획이다.
가장 뼈대있는 디지털가문의 종주는 아무래도 ILM(Industrial Light&Magic)사의 조지 루커스. 그는 77년 「스타워즈」로 데뷔한 이후 「어비스(89)」 「터미네이터2(91)」를 내놓아 「할리우드 꿈의 공장」을 이끄는 마법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지 루커스의 ILM은 어비스에서 여배우의 얼굴표정에 따라 변하는 뱀모양의 거대한 물기둥을 그래픽 역사상 최초의 3차원 캐릭터로 표현해 탄성을 자아냈는가 하면 터미네이터2에서는 사이보그 로봇이 불길 속에서 끈적한 액체상태로 몸을 일으킨 후 순식간에 조립되어 원래의 형상을 되찾는 몰핑기법으로 컴퓨터 영상을 10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집채를 삼키고 트럭을 날려버리는 거대한 소용돌이 「트위스터」, 해저터널이 붕괴되는 재난영화의 걸작 「데이 라잇」, 고속전철 TGV에 매달린 톰 크루즈의 초특급 액션 「미션 임파서블」 등이 모두 조지 루커스의 영화들이다.
이에 강력한 도전자는 제임스 카메론. 터미네이터2 등 SF영화를 감독하면서 특수효과에 눈독을 들여온 제임스 카메론은 ILM의 부사장이었던 스콧 로스와 함께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퍼붓는 총알 사이를 춤추듯 비껴가는 「트루라이즈」에서 특수효과의 「진짜같은 거짓말」을 보여줌으로써 ILM을 긴장시켰다. 할리우드는 제임스 카메론을 영화, TV, 음반, 광고, 게임, 그리고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종합생산해낼 수 있는 21세기형 토털 스튜디오의 비전을 가진 비범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도메인사가 특수효과를 맡은 최근 개봉작 「단테스 피크」는 피어스 브로스넌이나 린다 해밀턴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듯한 화산 그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불릴 정도로 폭발신이 압권이었다.
특수효과의 세계제패를 노리는 또다른 야심가는 애플컴퓨터의 신화를 남긴 스티브 잡스. 자신이 세운 애플컴퓨터사에서 쫓겨났다가 최근 복귀한 이 컴퓨터 천재는 영화 1백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해인 지난 95년에 1백%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선보이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가 루커스필름의 컴퓨터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픽사(Pixar)사는 이 영화로 디즈니사에 3억5천만달러의 극장수입을 안겨줬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전문가답게 캐릭터 각 부분에 원하는 대로 움직임을 부여하는 3D컴퓨터 모델링툴인 「Menv」와 복잡한 3차원 표면을 색칠하기 쉽도록 평면으로 만들어주는 「unwarp」 등의 소프트웨어를 특수효과 병기로 픽사사를 무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올해부터 내년 여름시즌까지 「쥬라기공원2(ILM)」 「타이타닉(디지털 도메인)」 「토이스토리2(픽사)」를 차례로 개봉하면서 또 한 차례 결전을 치를 예정이다. 관객들은 과연 「바다 밑에 가라앉은 거대한 함선 타이타닉호」 「스크린에 부활한 쥐라기시대의 공룡」 「사람처럼 기묘한 표정을 짓는 장난감 인형」를 각각 내세운 이 세 편의 영화 중 어떤 작품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결과는 기다려 봐야 알 일이겠지만, 이제 할리우드의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촬영장에서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며 복제인형의 연기나 감상하고 있어야 할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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