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라 빠르망

잘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프랑스 영화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독특하다. 「프랑스식 사랑」이라고 할 만한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난 사건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용서돼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에서 받게 되는 짜릿함이다.

질 미무니 감독의 「라 빠르망」도 프랑스식 사랑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라 빠르망」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는 영화다. 질 미무니 감독에 의하면 사랑한다는 것은 「바라본다」는 것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듯이, 감독이 카메라를 들여다보듯이 사랑을 품어버린 사람은 그러한 감정을 유발시킨 대상을 바라본다. 그리하여 맥스는 리자를 바라보고, 앨리스는 맥스를 바라보고, 뤼시엥은 앨리스를 바라본다. 이 영화는 이렇듯 한쪽만을 바라보는 짝사랑을 한동안 보여준다. 짝사랑만 보일 때 이 영화는 관객에게 미스터리를 준다.

「라 빠르망」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는 인물은 앨리스다. 앨리스는 이 영화에서 관객이 의문을 갖게 되는 모든 미스터리를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왜 미스터리를 만들었는가. 그것은 리자에게 향해진 맥스의 사랑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서다. 앨리스는 단지 맥스의 시선을 교란시켰을 뿐이다. 그 교란에 의하여 맥스는 리자를 보지 못한다. 그 교란은 앨리스를 리자로 착각해 보게 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서 가장 기괴한 사건인 맥스와 앨리스의 결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라 빠르망」은 결국 친구 애인을 빼앗아 자기 애인으로 만든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육체적 매력이 훨씬 뒤지면서도 리자를 제치고 맥스를 차지하는 사건은 매우 흥미롭다. 이 사건은 남자가 왜 여자에게 사로잡히는지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육체를 과감하게 보여주되 소유하지는 못하도록 하여 남자를 안달나게 할 것, 그러나 애정이 식지는 않도록 적절히 애정을 표현할 것, 그리고 남자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연기할 것, 이것이 바로 앨리스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맥스를 차지하기 위한 앨리스의 용의주도한 계략들은 결국 들통나지만 오히려 그것은 맥스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 계략의 집요함과 잔혹함이야말로 맥스에 대한 앨리스의 사랑의 크기였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종래의 프랑스 사랑영화와는 달리 「라 빠르망」에는 스피드와 활력이 있다.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맥스 역의 뱅상 카셀의 용모는 매우 특이해서 극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로만느 보링거의 정열적인 연기를 보는 기쁨도 있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