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대기업들, 해외 영화 판권구입 과열경쟁 주춤

해외영화시장에서 판권 구입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과열경쟁이 잦아들 것인지. 해외영화 판권료의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국내 영상 대기업들은 예년과는 달리 1백만달러 이상의 판권료를 요구하는 대작영화의 구입을 사절하는 등 판권 구매에 신중을 기해 일단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의 봉」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대기업들은 국내시장에 비해 높게 책정된 영화 판권료의 거품을 제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미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AFM에 다녀온 S사 판권구매 담당자는 『지난해에 비해 국내 영화인들의 참가인원이 30% 이상 줄어들었다』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영화 판권구매를 자제하자, 해외 배급사들이 상당히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AFM에서 삼성, 대우, 현대, SKC, 디지털미디어 등 5대 영상 대기업들이 판권 확보한 극장용과 비디오용 영화는 총 10편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극영화의 경우 SKC와 삼성영상사업단은 각각 중국 6세대 감독 장위안의 「동궁서궁」과 메이페어의 「빅 스와프」를 구매하는 데 그쳤으며 대우나 현대, 디지털미디어 등은 현지에서 극영화를 1편도 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이 영화의 완성도 및 내용을 중심으로 영화 판권확보에 나서 그동안 과열경쟁으로 인해 야기됐던 판권료의 상승을 억제시켰다. 비디오영화의 판권료는 지난해 평균 20만∼25만달러선이었으나 올해는 5만∼10만달러에 머물렀다. 특히 이번 AFM에서 최대의 화제작으로 부각되면서 폴리그램이 6백만달러를 요구했던 「게임」(The Game, 주연 마이클 더글러스, 숀 펜)과 1백50만달러의 드라마 「천 에이커」(A Thousand Acer)의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모두 턱없이 높은 가격 때문에 이들 영화의 판권구매를 거절했다. 이는 95년 「세븐」을 둘러싸고 대기업들이 출혈경쟁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과 대비된다.

그동안 무리수를 두었던 대기업의 영화 판권경쟁이 수그러 든 이유는 영상산업 관련 누적적자가 경영을 압박할 정도로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영상사업단의 경우 제작비의 약 5%를 투자하고 편당 최고가를 5백만달러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미 캐롤코사와 계약을 하고 확보한 「컷스로트 아일랜드」가 실패함으로써 막대한 적자와 함께 제작사의 캐롤코사 파산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보아야 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이들 대기업들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여파와 그룹사들의 한계사업 정리에 발맞춰 업체들간의 과열경쟁을 자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칸과 밀라노시장을 통해 이미 계약한 작품의 가격을 낮추는 작업에 돌입, 일부 업체들은 해외 독립영화사가 제작한 20만∼30만달러 선의 비디오 영화(액션) 가격을 5만달러 정도 낮추었는가 하면 다른 영화를 추가 계약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80년대 중반 최고치를 기록했던 해외영화 수입가격이 점차 줄어 들어 90년대 이후 시장규모에 맞는 적정가로 돌아간 것처럼, 영상시장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우리 대기업들도 이제 영화시장의 거품 빼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앞으로 영화 마켓에 나온 독립영화사 작품 뿐만 아니라 독점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메이저급 영화사와의 부당한 계약조건 변경을 위한 협상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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