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美 스프린트, PCS 패권전략 `암초`

미국의 장거리전화 서비스업체인 스프린트의 개인휴대통신(PCS) 서비스시장 패권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장거리전화시장 3위라는 입지를 기반으로 미국 PCS서비스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하려고 했던 의도가 기술장애, 시장경쟁 심화, 합작업체들의 사업철수라는 3각 파도를 만나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95년 말 스프린트는 텔레커뮤니케이션스사(TCI), 콤캐스트, 콕스 커뮤니케이션스 등 케이블TV업체와 제휴를 맺고 「스프린트PCS」를 설립, PCS서비스시장에 진출했다. 스프린트가 지분의 40%를 갖고 TCI가 30%, 나머지 케이블TV업체들이 각각 15%씩을 갖기로 한 스프린트PCS는 당시 다른 업체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9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걸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스프린트PCS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26억달러에 서비스 허가권을 얻어 1년 안에 미국 전역에 걸쳐 다양하고 품질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이들 케이블TV업체들의 시스템을 활용, 지역전화시장에도 진출해 지역, 장거리, 무선, 인터넷서비스 등을 한 데 묶는 패키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린트는 2001년이 되면 PCS부문의 매출이 스프린트 전체의 매출을 앞지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스프린트의 이같은 예상은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스프린트PCS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 PCS시스템 제공업체인 캐나다 노던텔레컴의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 서비스가 한 달 늦춰졌다. 스프린트는 기술적인 차질로 인한 서비스 지연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서비스 지연은 스프린트의 생각보다 더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프린트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한 달 동안에도 다른 업체들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웨스턴 와이어리스가 서비스를 먼저 개시했고 벨애틀랜틱, 나이넥스, US웨스트, 에어터치 커뮤니케이션스 등 4사가 제휴를 맺은 프라임코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스, 중소업체인 옴니포인트도 그 뒤를 이었다. 결국 스프린트PCS는 이들 보다 뒤늦게 서비스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스프린트가 출발을 늦게 한 것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시장경쟁의 심화로 인한 무선서비스시장 전반의 이익률 급감을 스프린트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스프린트PCS는 케이블TV업체들의 철수가 막아야 할 현안이 되고 있다. TCI 등 케이블TV업체들은 PCS서비스는 고사하고 전화서비스시장 진출 자체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TV시스템을 이용한 전화서비스 제공기술의 개발이 느리고 시험서비스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점을 들면서 전화시장에서 손을 떼고 핵심사업인 케이블TV에만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케이블TV업체들의 PCS사업 철수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스프린트는 선택의 길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합작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스프린트가 단독으로 PCS사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케이블TV업체들과의 승강이가 오래 지속되면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이익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스프린트는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인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스프린트는 케이블TV업체들과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업체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사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TV업체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프린트PCS 주식을 스프린트에 매각하거나 아니면 일반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스프린트가 PCS사업을 모두 떠맡아도 실패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만큼 PCS시장의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또 스프린트는 자금 면에서도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프린트의 장거리전화사업은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용자도 95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20%나 늘었다. 도이치텔레콤(DT), 프랑스텔레콤(FT)과의 해외사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PCS시장에서도 스프린트의 행보는 경쟁 장거리서비스업체에 비해 느리지 않은 편이다. 패키지 통신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는 AT&T는 올해 중반부터 PCS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 MCI커뮤니케이션스도 올해 말 넥스트웨이브 텔레컴으로부터 회선을 임대,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힌 정도.

PCS시장에서 스프린트의 진로를 유추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나 스프린트와 케이블TV업체들과의 제휴관계는 지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PCS부문이 투자보다 많은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임이 분명하고, 스프린트로서는 그 이익을 나눌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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