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美인텔 노트북 주기판사업 독과점 심화

「富가 富를 낳는다.」

인텔이 지난달 17일 노트북PC용 주기판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하자 관련업계에서 터져나온 소리다. 이를 계기로 인텔의 PC시장에 대한 가격, 유통 면에서의 지배력이 더욱 강력해질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독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의 인텔의존도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사 마이크로프로세서(MPU)인 울트라스파크를 버리고 인텔의 펜티엄프로를 채용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물론 선사 관계자는 부인하고 있고 진원지도 알 수 없는 소문이기는 하나, 최근 선사의 스콧 맥닐리 회장과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사장이 자주 접촉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어,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MPU 개발은 수억∼수십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과 우수한 두뇌집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한 개 업체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른다. 선사 전체의 경영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MPU 전문 자회사인 선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실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선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측은 『네트워크 컴퓨터(NC)용 MPU로 기대가 모아지는 자바칩이 제 몫을 하기 시작하면 실적은 단번에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펴고 있으나 NC시장이 언제 제대로 형성될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시장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박리다매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MPU 자회사를 매각, 제품공급은 인텔에 떠맡긴다」는 시나리오는 무게를 더한다.

인텔의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2백8억달러, 순이익은 45% 늘어난 52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이익증가는 PC시장에서 독점상태에 있는 MPU사업의 호조에 힘입은 것이다. 만약 여기에 선사가 펜티엄프로로 전환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인텔은 MPU시장을 거의 절대적으로 독점하게 될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텔이 MPU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MPU 이외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인텔은 데스크톱PC용 주기판사업에 뛰어들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MPU,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주기판을 구성하는 칩세트시장에서도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칩세트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는 PC업체로서는 칩세트 전문업체의 제품보다는 MPU를 공급하고 있는 인텔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칩세트시장의 인텔 점유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표된 지난달 17일의 노트북용 주기판사업 진출은 인텔의 독점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표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고속 캐시메모리, 프로세서 전원공급장치, 메모리 및 PCI버스 컨트롤회로 등을 4kbps.5인치 크기에 집적한 주기판으로, 정확히 노트북용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노트북PC와 같은 휴대형 정보기기 생산에 매우 유용한 제품이다. 인텔은 『PC업체의 휴대형 정보기기 개발기술을 데스크톱PC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제품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트북PC용 주기판사업 진출 발표는 한국과 일본의 PC업체와 반도체메모리업체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노트북PC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PC업체들은 이번 일로 데스크톱시장에 이어 노트북시장에서도 대만업체들의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기기의 소형화라는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일본과 대만업체의 기술격차가 이번 주기판사업 진출발표로 해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수요 또한 폭발적일 것은 당연하다.

또 이로 인해 반도체 메모리의 하나인 캐시메모리 유통구조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메모리업체들은 PC업체들과 직접 거래해왔다. 그러나 인텔 주기판이 사실상의 업계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캐시메모리는 모두 인텔을 경유해 PC업체에 공급되는 사태가 벌어질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인텔은 캐시메모리의 가격마저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인텔은 독점에 대한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MPU 이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결과적으로는 PC업체들의 이익마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상황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인텔이 이미 독점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어, 이번 경우와 같이 인텔이 MPU 이외의 분야로 발을 넓혀도 누구 하나 간섭할 수 없는 구조로 돼버렸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인텔의 독점은 확대일로에 있다.

오는 5월 인텔의 사장은 크레이그 바레트 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바뀐다. 그러나 앤드루 그로브 사장은 회장으로 남아 있어 인텔의 경영전략 자체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독점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인텔은 단지 반도체 집적기술의 한계가 임박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그로브 사장은 항상 『인텔의 전략은 무어의 법칙 그 자체』라고 강조해 왔다. 무어의 법칙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1년 반마다 약 2배로 증가한다는 것. 따라서 인텔의 경영전략은 MPU 성능이 무어의 법칙대로 향상될 수 없는 시점에서나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 집적기술이 오는 2000년 초반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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