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수입가전의 문제점

수입가전제품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90년대 들어 본격화하기 시작한 개방화의 물결은 우리나라의 모든 시장을 세계에 열어놓는 결과를 낳았다. 가전시장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제품과 유통시장이 모두 개방되었다.

통상산업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기, 전자제품의 수입실적은 94년의 1백86억 달러에서 96년에는 2백78억 달러로 2년 새 무려 50%가 증가하는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 수입가전제품은 지난해말 현재 제품별로 최소 3%에서 최고 50%, 평균 약 5%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한국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렇듯 가전시장의 개방은 한국 가전업계에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반면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수입품의 유입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일부 국내제품과 기술격차를 보이는 제품의 경우에는 더 좋은 품질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전업계의 입장에서도 수입가전의 신장이 불리한 요소로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메기가 사는 연못의 물고기가 튼튼해지는 것처럼 수입가전의 유입은 국내 가전업계가 경각심을 갖고 소비자에게 한층 수준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스스로 채찍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 걱정되는 것은 최근 조사에 드러난 바와 같이 수입 전기, 전자제품이 그다지 믿지 못할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국립기술품질원이 실시한 수입전기제품에 대한 특별점검의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수입전기전자제품의 10% 정도가 안전기준에 문제가 있거나 서비스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TV에 정격 미달부품이 사용되거나 라디오에 전자파장해 형식검정 규격에 미달되는 등 품질과 안정성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제품이 10%나 되었으며, 심지어는 제품판매 이후 업체가 주소지를 옮겨버려 불만처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례도 7%나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과에 접하면서 국내에 유입되어 있는 외국산 제품의 구입과 사용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품 자체의 신뢰성은 고사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처리할 주체가 막연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수입하는 업체들의 상당수가 전국적인 유통, 물류와 서비스망을 갖추지 못한 비교적 영세한 기업들이며, 그들이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양자의 이해를 균형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원산지가 개도국인 외국의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수입, 판매하여 시세차를 획득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들도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소비자로서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가전업체들이 유통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오로지 영세한 수입상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선택의 폭의 확대는 소비자들에게 다양성이라는 독립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다양성의 추구에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라면 선택의 폭의 확대에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여건은 소비자로 하여금 가전제품의 선택에 있어 전보다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요구한다. 과도기일수록 기다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하는 경험이 가르쳐 주는 지혜를 재음미해 보아야 할 때다.

<崔然植 LG전자 마케팅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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