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에비타

앨런 파커 감독의 「에비타」는 실존 인물인 에바 페론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르헨티나가 낳은 쿠바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의 등장일 것이다. 이 영화의 모든 스토리는 체 게바라를 통해 진행되며 그가 본 에바 페론의 모습이 바로 영화 에비타이다.

그러나 실제 두 사람의 활동연대를 살펴 보면 에바 페론은 체 게바라가 혁명가로 활약(50년대 중반)하기 이전에 사망(52년)해 버린다. 게다가 이 영화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인물 체 게바라와 혁명가 체 게바라가 동일인이라는 어떠한 단서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체 게바라를 혁명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영화 속에서 차지하는 이 인물의 역할을 굳이 강조한다면 감독의 허구적 대리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앨런 파커는 체 게바라를 통해 에바 페론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인 입장을 은밀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입장 때문이겠지만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에서 상영을 거부당했다. 존경하는 페론 여사를 모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바 페론을 존경의 대상으로 생각지 않는 우리로서는 이 영화의 재미를 바로 여기서 발견한다. 앨런 파커가 에바 페론을 에비타를 통해 모독하려 했는지의 여부말이다. 이 영화에는 그러한 혐의를 부인할 수 없게 하는 노골적인 장면들이 상당히 들어 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역할 자체가 그렇다. 『에바 페론, 그녀가 대체 무엇인가. 당신들은 그녀가 지겹지도 않은가』하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외쳐대는 그는, 마치 에바 페론에게 상처입히고 흠집내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은 원한 맺힌 인물처럼 보인다.

그렇게 부지런히 해코지한 결과 관객은 에바 페론은 창녀이며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의 소유자고, 남자를 유혹해 자신의 소망을 이룬 여자이며 소용이 없어진 남자들을 철저히 배신하는 여자라고 기억하게 된다. 따라서 앨런 파커의 에비타가 페론 여사를 모독했다는 아르헨티나의 항의는 정당해 보인다.

에비타가 그렇듯 에바 페론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 영화의 의도가 그녀를 모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창녀에서 퍼스트레이디로 상승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한 여인을 관객으로 하여금 긍정하게 만든다. 에바 페론을 찬양하는 방식 따위로는 도저히 설득할 수 없는 관객들을 앨런 파커는 교묘히 설득해버린 것이다.

에바 페론과 삶의 여정이 엇비슷한 마돈나가 그녀를 연기하여 영화 외적인 즐거움 또한 주고 있다. 영화의 끝에서 앨런 파커의 에바 페론에 부합하는 인물은 마돈나일 수밖에 없었음을 곰곰이 생각하는 일도 즐거운 일이나 뮤지컬 영화로서도 에비타는 일품이다.

<채명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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