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개월은 15년보다 더 길었다.』
美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W J 샌더스 3세 회장은 최근까지의 경영불안을 이렇게 회고했다.
인텔 호환칩 생산업체인 이 회사에게 지난해는 그만큼 커다란 시련의 해였다.
인텔의 펜티엄과 경쟁할 K5 칩이 예정보다 1년이나 늦은 지난 해 봄에야 출하된 것이 시련의 시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K5가 이렇다 할 시장 수요를 확보하기도 전에 반도체 시장에 불황이 닥쳐 AMD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19억5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나 곤두박질쳤다.
95년 6월 38달러를 기록했던 주가가 지난해 7월엔 11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밀려났다.
일부 투자가들은 매출액 2천1백만 달러에 불과한 경쟁업체 넥스젠을 AMD가 95년 10월 6억3천만 달러의 막대한 금액을 주고 인수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AMD의 주가는 30달러선을 회복했으며, 비난을 쏟아붓던 투자가들도 지금은 넥스젠 인수가 묘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AMD가 넥스젠의 기술을 수용, 인텔의 펜티엄 프로의 처리속도를 능가하고 멀티미디어 기술인 MMX까지 채용한 「K6」 칩을 이르면 4월부터 출하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AMD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K6가 올 한 해만 5백만개 이상 팔려나가 8억 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보이고 내년엔 30억 달러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넥스젠 인수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넥스젠 인수이후 AMD는 경영 구조와 인력을 재편하고 이전까지 생산 수율 향상에만 집중, 처리속도가 경쟁제품에 비해 크게 크게 떨어졌던 K5의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넥스젠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아티크 라자와 인텔에서 펜티엄 설계 책임자로 일하다 95년 5월, 넥스젠의 최고 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비노드 담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K5의 처리속도가 30%이상 개선됐다.
AMD는 이제는 1백66 펜티엄 경쟁 제품까지 출하하고 있으며, 그 결과 K5 판매량이 지난해 2백만개에서 올해는 3백1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판매가 물꼬를 트면서 플래시 메모리 등 AMD의 다른 사업 분야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지난해 10% 판매 성장에 이어 올해는 15%가 늘어난 6억1천5백만 달러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로써 이 회사는 인텔에 이어 세계 제2의 플래시메모리 공급업체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AMD로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우선은 고객에 대한 신용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컴팩 등 주요 고객들은 K5의 출하 지연으로 비용 상승 등 적지 않은 손해를 감내해야 했다. 때문에 이들의 AMD에 대한 신용도는 예전같지 않으며 AMD로서는 이들에게 믿을만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다시 한 번 심어줄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격 경쟁의 파고도 AMD의 미래를 가름할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인텔이 AMD 등 경쟁업체들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신제품 발표 시기를 앞당기면서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AMD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에 대처할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더불어 AMD가 K6 출하를 계기로 과거의 「인텔 따라하기」식 전략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설계에 기반한 칩 개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오세관 기자>
많이 본 뉴스
-
1
단독서울시, 애플페이 해외카드 연동 무산…외국인, 애플페이 교통 이용 못한다
-
2
세계 1위 자동화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넘어 '다음 로봇' 전략을 찾다
-
3
삼성 파운드리 “올해 4분기에 흑자전환”
-
4
국산이 장악한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보다 2배 더 팔렸다
-
5
CDPR,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무신사 컬래버 드롭 25일 출시
-
6
4대 금융그룹, 12조 규모 긴급 수혈·상시 모니터링
-
7
2조1000억 2차 'GPU 대전' 막 오른다…이달 주관사 선정 돌입
-
8
[미국·이스라엘, 이란 타격]트럼프, '끝까지 간다'…미군 사망에 “반드시 대가 치를 것”
-
9
하루 35억달러 돌파…수출 13개월 연속 흑자 행진
-
10
삼성전자 반도체 인재 확보 시즌 돌입…KAIST 장학금 투입 확대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