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보통신산업이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중 하나는 통신속도이다. 그동안 PC의 네트워크화를 촉진해온 PC 관련업체에선 이 시장 성장을 이끌어 온 통신기술이 이제는 금후 성장을 가로막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며 그 요인으로 지나치게 더딘 통신속도를 들고 있다.
사실 통신속도는 PC쪽의 성능향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PC모뎀의 경우 통신속도가 CD롬의 2백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무리 좋은 PC를 갖춘다 해도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못되는 셈이다.
또 통신은 인프라설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술혁신이 곧바로 실용화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광파이버 구축이 급진전되지 않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에서는 이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통신속도를 약 1백배 높일 수 있는 데다 광파이버같은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전화선을 이용하는 비대칭형디지털가입자망(ADSL)이 실용화되기 때문이다.
시내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역전화사업자들이 금년중 ADSL기술을 이용한 고속데이터통신서비스를 개시한다. 이미 아메리텍, 벨사우스, 퍼시픽 텔레시스, SBC커뮤니케이션즈 등 4개사는 PC와 전화선을 연결하는 ADSL모뎀의 공동 구매를 시작했다.
미국 조사회사 데이터퀘스트는 ADSL서비스 이용자들이 케이블TV를 이용한 고속데이터통신서비스나 종합디지털통신망(ISDN)을 웃돌 것으로 예측한다. 이 회사는 2000년 ADSL시장규모가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현재 미국 지역전화사업자의 1.4분기 평균 매출액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ADSL은 현행 전화선이나 전화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고속데이터통신이 가능할 뿐아니라 데이터통신과 일반 전화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모뎀은 전화와 데이터통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ISDN은 동시 사용이 가능하지만 데이터통신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ADSL은 동시 사용해도 통신속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ADSL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한 개의 전화선에서 전화에는 낮은 주파수를 할당하고 데이터통신은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원리이다. 때문에 혼선이 일어나지 않고 통신속도도 떨어지지 않는다. TV에 비유하면 제1채널을 전화에 사용하고 다른 채널은 데이터통신에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연구는 이전부터 있었다. 실용화를 겨냥한 ADSL개발은 지난 88년부터 미국 지역전화회사의 공동연구회사인 벨 코어가 중심이 돼 추진됐다. 당시는 데이터통신용이 아니고 영화 등 대량의 영상데이터를 시청자가 필요할 때 끄집어내 보는 주문형비디오(VOD)용 개발이 목표였다.
그러나 VOD용 개발은 대량의 영상데이터를 축적하는 하드디스크나 고속서버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수요 전망은 밝지 않아 중단됐다.
ADSL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인터넷 붐과 함께 통신속도가 문제로 부각되면서이다. 이 때 관련 LSI가 크게 진보됐다. ADSL은 데이터를 높은 주파수에서 주고 받기 때문에 잡음이 들어가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선 다양한 전용 LSI가 필요한데 94년 시점에는 20개의 전용 LSI가 사용됐지만 LSI의 진보로 96년에는 5개로 줄었다.
ADSL의 통신속도를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인터넷 이용시 대기시간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30초 정도의 동영상을 불러내 PC에 재생할 경우 파일 크기가 4.5MB이면 초당 12Mb를 보내는 ADSL의 경우 불과 3초면 된다. 1백28kb의 ISDN의 경우는 약 4분30초이고 33.6kb모뎀은 약 20분이나 걸린다. 단, ADSL의 이 통신속도는 전화국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하향 속도의 경우이다. 가정에서 전화국으로 보내는 상향방향의 통신속도는 하향방향의 10분의 1정도이다. 그래도 ISDN보다 빠르다.
참고로 ADSL을 비대칭형 디지털가입자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처럼 상향과 하향방향의 통신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뎀과 ISDN 등 종래방식은 하향과 상향이 통신속도가 같은 대칭형통신이다.
따라서 통신속도에서 경쟁이 되는 것은 케이블TV이다. 고속데이터통신서비스는 케이블TV업체에 의해 처음 실시됐다. 텔리커뮤니케이션즈(TCI)와 타임워너는 인터넷접속서비스를 지난해 가을 개시했는데 통신속도는 ADSL보다 3배 빠르다.
그러나 ADSL에는 케이블TV에 없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가 증가해도 통신속도가 떨어지지 않는 점으로 최대로 초당 12Mb라는 통신속도를 한 가정에서 독점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TV는 초대 30Mb로 빠르지만 네트워크를 10-20명이 공유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사용할 경우에만 빠르지 몇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경우에는 속도가 떨어진다.
ADSL은 이처럼 안정된 빠른 통신을 보장한다. 또한 기존 전화선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시내전화사업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일반대상의 인터넷접속서비스뿐아니라 기업용 부가가치서비스에도 활용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ADSL관련 일본의 사정은 미국과 매우 다르다. 시내전화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일본전신전화(NTT)가 일반 가정에 광파이버를 부설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ADSL의 실용화는 화제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광파이버망은 구축완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속통신을 사용한 인터넷망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미국에 비해 기업경영환경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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