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1백50주년을 맞는 지멘스는 철도와 발전기기 등 산업용 기기와 통신부문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이자 세계 5대 종합전기전자업체 중 하나다.
지멘스는 발전설비, 철도, 자동화, 의료기기, 전자 등 15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 그룹형태의 기업으로 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생산품목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에서부터 조명기구, 통신, 고속철도, 발전설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해외 1백90개 국가에 지사나 합작공장, 현지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해외 매출비중은 현재 60%선이나 향후 5년내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종업원 수도 현재 독일내 20만3천명, 해외 17만6천명인데 오는 98년까지 해외고용을 독일내 고용보다 더 많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이 되는 일이면 어느 나라 어느 기업과도 손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전형이다.
이미 1850년에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영국의 런던에 사무소를 개설할 정도로 세계화에 앞서는 등 밖으로는 거침없이 공격경영을 구사하면서도 안으로는 철저하게 내실을 기하는 「게르만 기업」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지멘스의 세계화 전통은 이 회사가 지난 93년부터 전세계 경영망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TOP(Time Optimise Process:시간효율극대화과정)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 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행보가 느려 본 무대인 시장경쟁에서 선점당하던 전례를 과감히 탈피하자는 것으로, 다시 말해 동사가 개발한 고속전철 ICE만큼이나 빠른 스피드 경영을 확립하자는 운동이다.
하인리히 폰 피에러 회장 취임직후 추진한 이 운동의 핵심은 기업수익의 악화는 개발이나 생산비용의 증가보다도 타이밍을 놓치는 데서 더욱 크게 비롯된다는 것. 따라서 예상보다 개발비용이 50% 늘어나면 수익은 4% 감소하고 생산비용이 10% 늘어나면 수익은 22% 감소하는 반면 개발기간이 6개월 늦어지면 수익감소폭은 33% 이른다는 것으로 시간절감과 기업의 수익관계가 정비례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경영스타일이나 연구개발, 생산공정, 판매과정, 현지법인 운영 등의 초점은 모두 시간절감에 맞춰져 있다.
신제품 개발과정의 경우 80년대만 해도 자사 상품중 5년 이내에 개발한 신제품이 절반에도 못미쳤으나 지금은 70%가 5년 이내에 개발한 신제품들이다.
제품생산과정도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 여기에는 매출액의 8∼9%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종업원의 10%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라고 할 만큼 연구개발의 타이밍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멘스의 시간단축은 일단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결정이 서면 주저함이 없이 어느 기업보다 현지시장에 빨리 진출한다.
최근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중국에 다국적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수준인 35개의 현지사무소와 합작법인, 공장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결과적으로 지멘스는 이 운동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의사결정이 단순화됐으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혁신을 가져왔고 모든 종업원들이 고객과 전체조직의 이익증진을 위해 잠재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영성과 면에서도 TOP운동을 통해 94년 6.3%, 95년 7.9%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9%대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 회사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추구하는 마케팅전략은 △합작사와의 신뢰성 확보 △장기적인 세계화전략 △일괄수주방식 지향 △시너지효과 제고 △건전한 재정유지 △정직과 책임 등 크게 여섯가지였으나 지난해부터 여기에 환경경영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근간에는 고객을 자신의 고용주로 삼고 있는 철저한 고객지향형 경영이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들 어 지멘스는 시장이 대폭 확대되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지역에 1백73개 영업망과 69개 합작공장, 24개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지멘스가 추구하는 「2000년 아시아전략」은 해외수주량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지역의 비중을 지난해 17.5%에서 올해 20.0%로 끌어올린다는 것.
이에 따라 지멘스는 오는 2000년까지 아시아에 총 2조7천억원을 투입, 아시아에 대한 연간 매출신장율을 10%대로 유지하고 2000년에는 5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로 한국상륙 26주년을 맞는 지멘스는 그동안 화력, 원자력 등 발전부문과 정유, 화학부문의 플랜트를 공급하기도 했으며 LG정보통신, 삼성전자, 삼성항공,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과 전기, 통신, 반도체, 자동화, 철도, 발전설비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멘스는 창립 1백50주년의 주제를 「對話」로 정하고 종업원과 고객, 그리고 회사와의 정을 두텁게 하자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멘스는 또 전세계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엠블렘 제작에 나서는 등 조촐하면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으며 10월에는 베를린 ICC컨벤션센터에서 경제인, 예술가, 해외 종업원 등 5천여명을 초청, 창립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현지법인인 씨멘스서울에는 총 8백여명의 종업원이 있으며 현지 생산공장인 한국오스람, 대성산업과의 자동차 부품합작공장 등을 가동중이다.
<정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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