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5)

그랬다. 환철은 늘 정지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돌발적인 행위를 시작했다.

혜경은 다시 한 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느닷없이 손가락 전체가 움직였다.

모든 손가락이 사타구니 전체를 움켜쥐었다. 젖가슴 전체를 움켜쥐었다.

흡입.

또 다른 젖꼭지와 젖가슴이 누군가의 입 속으로 강하게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따라 혜경의 의식도 낱낱이 흩어져 갔다.

혜경은 다시 눈을 감았다. 몸 전체가 허물어져 가는 듯했다.

아. 혜경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뒤로 젖혔다. 기어이 오늘도 환철을 불러들여야 하는가.

「쟈타베슈티타카」 덩굴이 휘감기듯 여자가 남자의 몸을 휘감고, 손으로는 남자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은 넋을 잃은 듯 남자의 이마를 쳐다보고 그의 아름다움에 반한 듯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면서 하는 포옹.

「브리크샤드히루다카」 여자가 한 발로는 남자의 한 쪽 발을 밀며 다른 발은 남자의 허벅다리에 올려놓거나 그것을 휘감은 채 한 팔로 남자의 등을 돌려 껴안고 한 팔은 어깨 위에 올려, 마치 입을 맞추려고 기어오를 듯이 몸을 들어올리면서 목마른 자의 소리를 내며 남자를 끌어당기는 포옹.

「틸라탄두라카」 끌어안고 누운 상태의 남자가 여자의 오른쪽에 있을 때는 오른편 다리를 여자의 넓적다리 사이에 넣고 왼팔은 여자의 오른편 겨드랑이 밑으로 밀어넣는다. 남자가 여자의 왼편에 누워 있으면 왼편 다리를 여자의 넓적다리 사이에 넣고 오른편 팔을 여자의 겨드랑이 밑에 밀어넣는다. 여자도 남자와 같은 방법으로 하는 포옹.

불길.

혜경은 맨홀 속에서 솟구치고 있는 불길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 불길이 혜경의 몸 속으로 치고들어오는 듯했다. 스커트 속으로 빨려드는 듯했다.

혜경은 이제 견딜 수 없이 되었다. 엉겨붙어 벌이던 섹스 중에 환철이 설명해 주던 자세 하나하나가 실제로 행하는 것처럼 몸으로 느껴졌다.

혜경은 눈을 떴다. 소방관들이 쏟아붓는 물로 작은 무지개 하나가 그려졌다.

그 무지개 위로 승민의 모습이 가볍게 걸렸다.

리듬이 느껴졌다.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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