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경상운영비 절감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정부의 10% 예산절감 방안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이같은 경상운영비 절감대책은 연구기관 부서별로 접대비, 공공요금, 인쇄요금, 용역비, 연료비, 여비, 회의비, 업무판공비, 신문대금 등 모든 지출요인을 줄여 나가기로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특히 행정직원들이 사용하는 필기구, 칼, 지우개 등의 사무용품에 대해선 개인이 직접 구입, 사용토록 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무용품은 복사용지만 구입해줄 뿐 나머지는 개인이 구입해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정부의 10% 예산절감 시책에 따라 올해 경상운영비를 78억원 정도 절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절약이 곧 제2의 생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서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물론 연구소라 해서 특별히 낭비할 만한 여유도 없겠지만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경비지출 요인이 있다면 이를 과감히 스스로 제거하는 용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부출연 연구소 관계자들은 경상운영비를 줄이라는 정부방침에 대해 다소 의아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정부출연 연구소들은 민간연구소나 일반대학 등과는 달리 원래부터 긴축예산으로 편성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또다시 절감토록 한다는 것은 연구원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또 연구조건은 악화되는데도 생산성 향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그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행정직원들은 지난해 정부가 연구소 행정직원에 대한 비과세 적용을 폐지한 데 이어 각종 사무용품까지 개인이 직접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연구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직원들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구원들이 대학이나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는 일이 더욱 많아지고 기관운영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연구기관들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보국」의 출연연 설립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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