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지금 실리콘밸리에선... (3.끝)

『일본과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종 소비제품 보다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첨단업종이 중심이 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있어 아시아 지역은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입니다』(어니스트 린 시러스로직 부회장,아태지역 총괄 마켓팅 담당)

『한국, 대만의 최근 눈부신 전자산업의 성장,특히 반도체, 컴퓨터 분야에 있어 한국의 삼성, LG, 현대와 대만의 에이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대합니다』(보브 사파니 C큐브 수석매니저,제품 마켓팅 담당)

최근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에게 일본을 비롯한 대만, 홍콩 등 아시아지역은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구가하는 신흥 아시아지역은 구미를 당길만한 필요충분 조건을 모두 갖고 있다는 중론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아시아지역의 산업구조에서 연유한다고 실리콘밸리의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반도체, 정보통신,일본의 반도체, 전자기기,대만의 컴퓨터,말레이시아 등 신흥공업국의 가전산업 등 대부분 아시아국가들의 기반경제는 전자산업과 직간접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즉,간단한 부품부터 정밀한 소비제품까지 그 어느 것을 만들어도 아시아지역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게는 군침이 도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자제품 시장에서의 아시아 국가들의 지배력은 대단하다. 예를 들면 대만기업들은 전세계 PC에 들어가는 PCB의 7할을 생산하며 키보드는 절반을 생산한다. 싱가포르는 전세계 HDD의 약 40%를 생산하며 컴퓨터 CPU의 3분의 1은 말레이시아에서 일괄 조립되고 있다. 아시아기업들이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공급과잉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9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지역 업체들이 메모리 칩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순익은 아시아지역 전자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아시아 전자업체들의 급부상에 걸맞게 최근 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를 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전자시장 자체도 가까운 장래에 세계 전자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IDC는 『최근 아시아지역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0년 기준으로 아시아지역 PC시장은 20%,가전시장은 10%,반도체 등 부품시장은 15~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군은 실제로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전자시장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기업들간의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5백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미국 10대 산업협회로 부상한 아시안 어메리카 매뉴팩처링 어소시에이션(AAMA) 회원사의 3분의 2 이상이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아 기업군이라는 사실은 이를 대변한다. 이들은 대만의 컴퓨터업계,일본, 한국의 반도체 업계와 긴밀히 교류,아시아지역을 세계 최대의 전자관련 제품 생산국가로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실리콘밸리 멀티미디어 업계의 유망업체로 부상하고 있는 컴프레이션랩,에이서 아메리카 등은 미국 20위 규모의 전자업체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생산구조를 비롯한 비지니스체제의 변화이다. 이미 상당수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자국 내에 생산기지를 두던 방식에서 벗어나 아시아지역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직접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실리콘밸리에서는 순수한 연구와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디지털 팩토리」 또는 「소프트 팩토리」체제로 전환해 가고 있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첨단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킹 기술을 생산체제에 도입,모든 비지니스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제품 공급의 신속성 및 다양성을 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對아시아 시장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리콘밸리=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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