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 출신인 마린 고리스 감독의 <안토니아스 라인>은 당당하고 올곧게 살아간 한 여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영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화면은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켤코 답답하지 않으며, 안토니아를 비롯한 그녀 가족들의 사고는 성의식까지를 포함하여 놀랄 만큼 개방적이며 또한 꾸밈이없다. 인생과 사랑 그리고 여성들의 연대가 한 편의 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게 담겨 있는 영화이다.
「안토니아가(家)의 여자들」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영화에는 과연 안토니아(빌레케 반 아메루이 분)를 정점으로 한 4명의 여자가 나온다.안토니아(종조모),다니엘(조모), 테레사(모), 사라(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4명의 여자들에게는 남다른 특이한 공통점이 있다. 결혼을하지 않는다는 것,아이는 갖되 남편은 원치 않는다는 것, 아들을 두지않았다는 것,남자들보다 여자들을 더 좋아한다는 것 등등이다. 안토니아가 최초로 실천한 것으로 되어있는, 「남자들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자유로운 삶」은 일종의 전통이 되어 딸들에게 계승되고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임종으로 딸과 함께 20년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집엔 두 명의 여자밖에는 없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정원엔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녀의정원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가부장적 권위라는 세뇌를 좀 덜 받은 사람들이거나 아예 그것을 거부하고 싶어하는 착한 사람들이다.그 정원에서 남자와 여자들은 동화적인 행복을 누린다.
안토니아와 그녀의 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공동체는 이 영화의 다른 공동체, 즉기존의 남성 위주의 사회와 곧장 대조된다. 안토니아가 왜 아버지를 부정하고 여자가 시조가 되는 새로운 가계를 건설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영화 속에 명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그것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그리하여 이 영화는 남성들이 저지르는 폐해를희화화 된 장면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한다.
20년 전에 죽었지만 생전에 강렬하게 남겨 준 폭력을 통해 아내의 정신병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남자,지진아인 여동생을 강간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오빠, 여자란 나이에관계없이자신의 정욕을 해소시키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남자, 아들만 존중하고 딸은 경멸하는 아버지,위선 떠는 신부,권위만 세우려 드는 교사등이 바로 그것이다.
안토니아가 그 이전에 가계와 구별된 새로운 가계를 형성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이영화가 안토니아라는 한 특이한 여자와 그 자손들의 삶을 형상화시킨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남성 중심 사회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려는 여자들의 삶이 어떤 것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모범답안처럼 보인다. 남자들로부터 상처 받고 여성들에게 바치는 「대안으로서의 삶」을 보여준 영화이다. 감독의 약력이 웅변적으로 알려주듯 이 영화는 애초부터 페미니즘의 정신에 입각해 있는 영화인 것이다. 1996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작품상 수상작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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