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87)

힘.

심재학 대장은 솟구치고 있는 불길을 보면서 힘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타오르는 불꽃은 힘이었다. 거대한 힘. 심재학 대장은 그 힘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 동안 수많은 화재를 경험했지만 지금과 같은 두려움은 처음이었다. 건물이 타고, 천장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일반적인 화재와는 달리 평상시 소방점검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던 맨홀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또 다른 두려움을 주는 것이었다.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서 바라본 경복궁 쪽도 시청과 종로방향과 마찬가지로 맨홀에서 불꽃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 솟구치는 불길에 소방관들이 관창을 들이대고 물을 쏟아 붓고 있었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심재학 대장은 진압대장을 찾았다.

『이 대장, 어떻게 하면 좋겠소? 불길이 더욱 번져 나가는데. 이렇게 번진다면 시내 전체가 불바다가 될 것 같소.』

한 번 구경도 하지 못한 지하공간의 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런 표정으로 맨홀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는 진압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타고 있는 불길이 문제가 아니라 계속 번지는 불길이 문제인 것 같소. 』

『어떻게 하면 좋겠소?』

『강남 소방서의 고발포 소화차량이 출동했다고 하니, 조금 기다려 봅시다.』

『그럼, 아직 화재가 번지지 않은 곳에 고발포 소화제를 밀어 넣겠다는 거요?』

『그렇소. 고발포 소화제가 맨홀 속의 공기를 차단시키게 되면 불길이 번지지 않게 될 것이오.』

『이 대장, 하지만 공기의 흐름이 많을 땐 고발포 소화제가 소용이 없을 거요. 지금 솟구치고 있는 불길을 본다면 맨홀 속 불길의 유동이 매우 심한 것 같소. 또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고발포 소화제를 사용해 본적이 없질 않소?』

『그렇긴 하오. 하지만 지금 해결책이 없소.』

『이 대장, 어딘가 에서 유입되고 있는 공기가 있기 때문에 불길이 솟아오를 수 있는 것이요.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저렇게 솟아오를 수 없을 것이요. 어쩌면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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