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방송사업자 인허가 방식이 그 근간부터 흔들리는 사례가 속출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보통신 및 방송기술의 급진전에 편승, 정부가 신규방송사업자를 대량으로 허가하고 있으나 선정과정에서의 잡음은 물론이고 사업허가 이후에도 사업 자체를 위협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로 선정된 대상기업이 허가가 끝나자마자 인수 및 합병(M&A) 대상으로 부상하는가하면 사업 참여가 금지된 대기업이 이면계약을 통한 M&A를 단행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방송사업자 인허가 방식의 문제점과 사례,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上. M&A에 속수무책인 인허가 행정
<사례1-대륭정밀의 피인수>
지난해 8월 14일 아세아시멘트와 아시아제지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아세아그룹은 대륭정밀 이훈 회장 및 부인 지분의 58만5천주를 4백31억원에 일괄 인수함으로써 대륭정밀 및 관계사의 경영권을 획득했다고 발표, 통신업계 및 방송가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아세아그룹과 대륭정밀 두 회사는 불과 2달 전 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국제전화사업자 「온세통신」에 일진, 고합, 한라, 동아, 롯데, 해태 등과 함께 6.55%를 갖는 공동 대주주로 참가했던 기업. 이같은 M&A에 따라 확보한 아세아그룹의 「온세통신」 지분 13.1%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유선계통신사업은 대주주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사실상 위반하게 됐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륭정밀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인 「구로케이블TV」의 지배주주인 상태였다는 점이다. 공보처는 SO 허가당시 법인설립 이후 3년간 지배주주의 변동을 금지한 바 있다.
아세아그룹은 대륭정밀인수로 정보통신제조업 및 국제전화사업자인 온세통신의 최대주주로 부상했으며 미래유망사업으로 각광받는 케이블TV SO를 복잡한 인허가 절차 없이 단번에 삼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둬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인허가업무를 담당했던 정보통신부와 공보처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례 2.대주건설의 피인수.>
나산그룹은 지난해 10월 25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주건설을 3백70억원 상당에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주건설은 지역민방인 「광주방송」의 지배주주인 건설전문업체로 지난해 6월의 통신사업자 선정에서는 LG텔레콤에도 지분을 참여했었다.
민방허가를 주무했던 공보처는 2달 후인 구랍 18일 나산그룹 안병균 회장과 대주건설의 허재호 회장을 대상으로 청문심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주건설측은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자금압박이 매각을 단행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피인수로 인해 지역경제의 피폐화를 사전에 막았다는 자체평가를 제시했다.
대주건설의 인수를 통해 지역민방 광주방송까지 거느리게 된 나산그룹 안병균 회장은 청문심사에서 『광주방송의 자율경영을 통해 지역민방의 공익성을 도출하겠다』고 입장을 제시했다. 광주방송 지배주주의 경영권 양도에 대해 유세준 공보처 차관은 청문회 시작 전에 『인허가를 담당한 공보처로서는 자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 3.지원산업의 피인수>
신원그룹이 대주주인 제일물산은 구랍 27일 위성방송수신기 생산업체로 널리 알려진 지원산업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신원그룹은 차세대 유망사업인 방송통신기기 및 통신서비스분야 진출을 위해 지원산업 박병수 회장의 지분 15.17%를 3백80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지원산업이 「충남이동통신」과 「대전케이블TV」의 지배주주이며 공보처는 케이블TV 허가당시 법인설립 후 3년 동안 지배주주 변동을 금지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전례에 비추어 신원그룹의 지원인수에 대한 인허가 담당부처의 심각한 조치는 앞으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례 4-대기업과 전국 53개 SO>
방송 및 정보통신에 대한 열기와 함께 관심을 끌었던 케이블TV SO의 경우도 공식적인 M&A 발표는 아직까지는 없지만 증권가와 관련업계에서는 많은 SO가 대기업 및 중견그룹에 의해 인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미 허가된 전국 53개 SO 중에 절반 가량이 넘어간 상태. SO는 허가 당시 3년간 지배주주 변동을 금지한 상태여서 모든 거래는 물밑상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인허가를 주관했던 공보처도 이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보처는 공식적인 석상에서 SO에 대한 대기업의 M&A가 포착되면 2차SO 허가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같은 물밑 움직임을 포착해 제재를 가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조시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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