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Ⅰ] 전자산업 핫 이슈...신유통기법 확산

지난 96년 한해는 유통산업의 격변기였다. 정확히 365일전 유통시장의 문이 세계로 열리면서 계속 노크만 해오던 외국 유통사들이 조심스럽게 첫발을 대딛였다. 그후 가속력이 붙은 외국 유통사의 진출은 자못 거센 기세로 국내 유통시장을 흔들었다. 물론 전자유통산업 환경의 변화도 그 어느해보다 거셌다.

국내 전자유통의 변화는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파괴에서 시작됐다. 할인점, 회원제 창고형할인매장 등이 속속 설립됐다. 따라서 인근 가전대리점 및 양판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인하가 불가피하게 됐다. 심한 경우 공장도가 이하판매를 단행하는 점포들도 생겨났다. 팔아서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제품을 판후에 지급되는 백마진을 노리는 영업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할인점과 회원제 창고형할인매장의 위세를 따라잡을순 없었다. 마케팅의 최우선정책이 「가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불경기의 확산으로 가계의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에서 가격이상 소비자를 유인하기에 좋은 마케팅전략도 없었다. 지난해 수차례의 백화점 세일이 있었음에도 예년에 볼 수 없던 매출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할인점과 창고형할인매장은 호황을 누렸다.

이와 함께 「3차원 마케팅」으로 불리는 통신판매도 점차 뿌리를 내렸다. 단순한 카탈로그 통신판매에서 PC통신판매, 케이블TV 홈쇼핑, 인터넷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종 매체를 이용한 통신판매가 활황을 이루었다.

국내 통신판매시장은 아직 초보단계이다. 96년도 5천억 규모로 예상되는 통신판매시장은 전체시장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산업으로 2000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3%내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볼때 새해 국내 전자유통산업은 개방 1년의 노하우로 자생력을 갖춘 새로운 유통형태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즉, 가격파괴와 통신판매가 연계된 유통기법의 대두 가능성이다. 가격파괴는 이미 대세이다. 현재의 기류로 봐선 2000년대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판매 또한 2천년대 유망 유통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올해에는 가격파괴와 통신판매가 접합된 새로운 유통형태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큰 해이다. 여느 산업과 달리 탄력성이 강한 유통산업은 좋은 점만을 취해 결합하는 경향이 강하다. 엔드유저를 상대로 한 고객접점 산업이기 때문이다.

통신판매는 편리한 장점이 있지만 현물을 직접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가격 또한 일반매장 수준이다. 중간유통을 없앴다고 하지만 배달서비스와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신판매업체 가 일반 매장과 같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각 물류센터를 통해 매장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고객의 호응도는 당연히 높아진다.

얼마전부터 케이블TV 홈쇼핑채널이 「아울렛」매장을 개설하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자유통산업의 통신판매화는 더욱 그러하다. 각종 광고를 통해 이미 제품의 가격에서 모델명까지 숙지한 소비자들은 굳이 매장에 나가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가전제품을 통신판매했을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최소 수십만원씩하는 제품을 구입하려는데 보지않고 살 수 있느냐는 견해였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이젠 몇백만원씩하는 가전제품도 통신판매로 구하려고 하는 풍토가 조성되기 시작됐다. 최소한 메이커의 제품이라면 AS는 별 걱정이 없다는 의식도 갖게 됐다.

여기에 작금의 가격파괴가 적용된다면 문제는 사뭇 달라진다. 그렇다고 믿지고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화점이 인터넷을 통해 통신판매하듯 할인점과 창고형할인매장도 이와같은 방법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할인점과 창고형할인매장은 백화점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다. 매장의 디스플레이 없이 유통단계를 축소시킨 것이 할인점의 특징이라면 여기에 통신판매를 접합한 유통형태는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기법중의 하나이다.

특히 전자유통산업은 올해를 시작으로 통신판매의 원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3월 국제전자센터가 개장됨으로서 인터넷 쇼핑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되고 이어 「테크노마트 21」과 서부전자월드, 1.2, 3전자타운 등 연 이은 신흥전자상가의 개장은 이같은 가격파괴 통신판매를 더욱 촉진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전자부품유통산업 또한 기로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비메모리화」. 메모리시장의 몰락으로 기술력이 가미된 주문형반도체 (ASIC)등이 핵으로 떠오르면서 기술영업(Engineering Sale)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또한 AV시장의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가 상용화 되는 전초시기로 각 가전대리점들이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각 가전 대리점들의 영업전략 또한 DVD중심으로 재편되는 전환기를 맡을 것으로 유통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하튼 새해 전자유통산업은 통신판매와 가격파괴가 주도하고 이를 따르는 비메모리와 DVD가 올해 전자유통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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