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양면PCB 주력업체들이 본격적인 다층PCB(MLB)시장 진출을 놓고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MLB시장은 PCB업계의 보루로 간주되며 매년 두 자릿수를 넘는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비해 중소 산업용 PCB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양면PCB시장은 지난해를 고비로 단면 PCB와 함께 정체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PCB 경기부진이 극에 달한 올해만도 MLB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대형PCB업체들은 큰 폭의 매출신장과 이익을 창출한 반면 중소 양면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 수준에 그치거나 밑도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같은 상황은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청주전자의 경우처럼 일찌감치 MLB시장 진출의 꿈을 포기하고 양면에 철저히 특화,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지만 한정된 국내 양면PCB시장을 놓고 「제로섬게임」을 벌여야 하는 중소업체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장성만 믿고 섣불리 MLB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최소한 수 십억원을 호가하는 초기 투자규모만해도 이제 겨우 연간 매출액이 많아야 1백억원 남짓한 중소 PCB업체들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단발성 투자로 상당기간 사업이 유지가능한 기존의 단면 및 양면사업과 달리 MLB는 지속적인 대형 설비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중소업체들을 궁지로 몰고 있는 대목이다. PCB사양이 급진전돼 파인패턴화 및 특수 표면처리 공정이 갈수록 많아져 설비교체와 첨단 장비도입 기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맨파워」도 심각한 문제다. 「MLB사업은 사람이 아니라 장비가 한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최신 장비를 핸들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다 산업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능한 인력의 대기업 편중현상이 PCB업계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고부가가치 PCB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으나 MLB의 수익성을 마냥 담보할 수 없는 것도 중소 양면PCB업체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면/양면에서 시작된 총제적인 PCB의 채산성 악화가 이미 4층대의 범용 MLB까지 확산돼 현실적으로 4층의 벽을 넘기가 버거운 중소업체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투자부담을 감수하고 어렵게 MLB사업을 추진했다고 해도 수백억원의 투자와 고수율로 무장한 대기업과 승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식」입니다. 아직은 MLB시장이 비교적 호황이라 중소업체들에게도 틈새시장은 많지만 만약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힘약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중소 양면업체 S社 사장의 말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B가 국내 PCB업계의 대세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소업체들의 MLB사업은 내년부터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커질수록 그만큼 틈새는 많아지게 돼있고 직수출이라는 또다른 변수가 여전히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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