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 품목별 결산 (5);엘리베이터·주차설비

올해 엘리베이터 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주편차가 유독 심했다. 건축경기 불황이 계속돼 전체물량이 감소한 데다 대기업들 사이의 수주경쟁이 치열해 중소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린 한해였다.

LG산전, 동양에레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 3사는 내수 또는 수출에서 10∼20%의 수주증가율을 보였으나 내수의존도가 높은 삼성엘리베이터, 중앙엘리베이터 등 중소업체는 수주부진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산전의 경우 올해 내수 수주액은 4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대수로는 9천여대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은 중국 및 동남아지역으로 크게 늘어나 지난해 1천3백억원에 비해 23.0% 늘어난 1천6백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산전의 경우 수주대수에 비해 금액은 낮은 편인데 서울 프라임산업빌딩과 대전시의 정부 제3청사 등의 대형물량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45%대를 수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동양에레베이터는 내수 수주 2천2백50억원과 해외 수주 2백70억원을 합쳐 총 2천5백2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8.5%의 증가율을 보였다. 매출에 있어서도 내수 1천8백20억원, 수출 2백80억원 등 총 2천1백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 1천8백42억원보다 14.1% 늘어났다. 동양에레베이터의 이같은 수주 및 매출증가는 아파트보다는 사무용 빌딩이나 상가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에스컬레이터도 건축경기 불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3백78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안정적인 성장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주차설비 등을 합쳐 총 2천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백억원 가량이 늘어난 수치로 해외수출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엘리베이터 업계는 제도적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승강기관리원의 법정기관화 문제와 검사기관 다원화 문제를 둘러싸고 업계와 정부간 줄다리기 끝에 양자가 일보씩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결국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관련 법률을 일원화하고 검사기관도 다원화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또한 기존 검사기관인 승강기관리원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으로 법정기관화시켜 승강기의 안전과 관련한 교육, 홍보, 조사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올해 주차설비 업계는 주차장법 개정과 함께 건축경기 불황으로 엘리베이터보다 심각한 불황을 겪었는데 기계식 주차설비 검사방법이 기존 인정심사제에서 전수 사용검사제로 전환됨에 따라 각 제조업체들의 검사수수료 부담이 커져 이중고를 겪었다.

올해에만 남부엔지니어링 등 중소업체 20여개사가 부도로 쓰러졌으며 하반기 들어 정부의 도심주차 상한제 발표로 수주도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LG산전, 롯데기공,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들이 전체매출의 50% 이상을 수도권에서 수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도심주차 상한제의 실시는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내수시장 규모는 1천9백억원대를 형성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수주단가가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낮아졌고 이에 따라 채산성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T엘리베이터, C기연, D산업기계 등 20여개 중소업체의 부도가 잇따랐는데 이는 수주물량도 적은 데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인한 원가부담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주차설비 산업의 특징은 고급화 추세와 원가절감 노력을 들 수 있다. 특히 올해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LG산전의 경우 주차설비의 핵심부품인 모터나 제어반, 철구조물 등을 국산화해 원가를 대폭 절감했으며 컨설팅영업에 따른 계획생산으로 설치, 생산의 로스타임을 최대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수직순환 방식 주차설비가 퇴조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엘리베이터 방식이 강세를 보인 한해였다. 엘리베이터 방식은 수직순환식에 비해 소음, 진동이 적고 입, 출고 신속하며 운영비도 저렴해 지난해 보급된 주차설비 가운데 7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주차설비 업계는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사용검사제 시행으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대기업은 경제적 여력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소업체는 수주물량도 적고 매 설비마다 전수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자금압박이 더욱 심각해졌다. 사용검사제의 시행은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대기업의 경우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일부 찬성하는 업체도 있지만 중소업체에는 자금 및 기술적 한계로 인해 내년부터는 업계를 재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차설비 검사기관과 관련, 건설교통부는 검사기관을 다원화할 방침을 밝히고 한국승강기관리원을 검사기관으로 지정했으나 업계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당초 계획대로 교통안전공단을 검사기관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지만 교통안전공단 측에서도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 문제는 내년에 가서야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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