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업계, 영상기기 과도기 사업 전략수립 부심

최근 인터넷TV,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등 차세대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영상기기시장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과도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립한 내년도 영상기기 사업전략에 따르면 97년은 21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특히 △위성방송 활성화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한 멀티미디어형 AV제품 러시 △유통시장 개방 및 수입선 다변화 해제에 따른 외산제품의 침투 급증 등으로 영상기기시장에 격랑이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내년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내년도 영상기기 사업전략 수립은 그 어느 때보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방정식이 될것이라는 것이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특히 내년도 사업전략과 관련해 가전업체를 가장 고민스럽게 만드는 문제는 기존제품과 신제품에 적절하게 사업역량을 안배하는 것과 정확한 수요층 분석으로 집약된다.

첨단 신제품의 경우 신규수요 창출과 시장선점을 위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당장 피드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현실적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여야 할 기존 제품에는 신규투자와 판촉활동을 집중하기엔 어정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속에서 가전업체들은 첨단 신제품의 경우 틈새시장 공략으로 인지도 확산을 노리고 기존 제품은 소비자들이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염가형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화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기존 제품과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양극화 현상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DVD가정극장시스템과 DVD플레이어 복합형 TV를 내놓고자 하는 것은 바로 과도기 상황에서 첨단제품의 실수요창출과 이미지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전략으로 파악된다. 또한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인 디지털 캠코더 역시 소비자가격을 1백90만원대로 책정하고 일반인보다는 아마추어 영상작가 등 준전문가를 과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남전자는 40인치 대형프로젝션TV를 앞장세워 3천만원이 넘는 초고가 가정극장시스템을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겠다는 전략인데 그동안 대형TV에 강한 이미지를 활용, 틈새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우전자 역시 인터넷TV가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점을 감안, 인터넷기능을 아예 와이드 TV에 내장시켜 고소득 소비자들을 노리는 한편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간판제품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즉 첨단제품은 구매가 가능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이미지 제고에 비중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좌우하는 기존 제품은 염가형을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고급제품을 구입하고자하나 와이드TV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대체 수요자를 대상으로 고급형보다 30만∼40만원이 저렴한 염가형을 제시해 차세대 제품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DVD플레이어 등장으로 대기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VCR 역시 학습기능 및 케이블방송 녹화기능을 덧붙인 30만∼40만원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신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존제품중 고급모델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내년 하반기까지 가격인하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첨단 신제품의 등장으로 영상기기시장의 과도기 증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97년은 가전업계, 소비자들 모두에게 선택의 고민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오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