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첨단분야인 전자산업일 것이다. 그 경쟁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역시 기술력이다. 남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고서는 근본적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흔히 기술개발에는 「우연」이 작용하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얻어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사전에 마련된 치밀한 「각본」에 의해 기술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다가올 시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기술개발에 앞서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일이 상품기획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도 지녀야 하겠지만 단기적인 시장동향에 천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보면 올해 몇몇 가전 제품의 판매동향에 대한 아래 두기사는 흥미를 끈다. 먼저 노래반주기 시장동향이다. 노래반주기제조업체들은 올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 한햇 동안 경쟁을 벌여 왔으나 실제 구매자들은 복잡한 기능을 따지기에 앞서 음질과 가격을 보고 제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기사는 올해 1백만대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VCR의 경우로 가전업체들은 하이파이 VCR와 슈퍼 VHS VCR 등 고기능 제품판매에 주력했으나 실제로는 보급형에 가까운 4헤드 VCR제품의 판매비율이 가장 높은 4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가전업체가 다른 업체와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사소한 기능하나라도 추가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드는 데도 정작 소비자들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본 기능과 가격만 보고 제품을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를 단순하게 보면 상품기획이나 개발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을 법하다.
올해 가전업체들이 심한 불경기에 시달렸고 내년에도 상황은 그리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들은 더욱 현실적이 된다. 그래서 가전업체들은 벌써부터 영상제품을 중심으로 어느 계층의 소비자에 타겟을 맞춰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이제 새해를 대비해 보급형 제품은 기본 기능에 더욱 충실하게, 첨단제품은 그야말로 가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명품」을 만들어내는, 완전 이원화한 제품전략이라도 수립해야 할 시점을 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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