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수출위기

PC 수출이 극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우리나라의 PC 수출액은 모두 9천3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연말까지 PC수출액은 모두 1억1천만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는 전년도의 2억5백만달러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PC 수출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는 단순히 올해의 수치만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PC수출이 작년까지 연속 4년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초까지 성장세를 보여온 PC수출이 9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 93년도에 3억8천만달러, 94년 2억9천6백만달러, 95년 2억5백만달러로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층 걱정스러운 것은 이같은 감소세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될 기미가 없을 뿐 아니라 그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3개월 후의 수출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수출신용장 내도액을 보면 PC 수출부진세는 더욱 심각하다. 내년 1월 PC수출 신용장 내도액이 4%정도 줄었고 2월과 3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PC 생산업체들은 내년도 PC수출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고 있으나 이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내년도 PC수출액은 1억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PC산업은 최고의 수출유망산업으로 손꼽혔다. 국내에서 PC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된 후 80년대 말까지 수출은 매년 2배 이상씩 급신장하는 등 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PC수출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PC 생산업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유명한 PC업체들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의 PC수출계약을 맺었으며 해외에 PC공장까지 설립, 직판영업체제까지 갖추면서 일본, 대만 등 경쟁국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 PC수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해외시장에서 「PC한국」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경쟁력 약화의 결과로 우리 나라 PC수출은 세계시장의 중심부에서 변두리로 완전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국산 PC가 세계시장에서 가격 및 품질 등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세계적으로 어떤 기술이 개발되고 소비자의 성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에 대처해도 어려운 것이 첨단기술사회이다. 특히 PC의 경우에는 눈부신 기술발전 속도에 조금이라도 처진다면 그것은 곧 시장에서의 도태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 PC업체들은 그동안 관습에 젖어 핵심기술 개발은 뒤로 하고 외국의 비싼 기술을 들여와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데 주력해 왔다. 대만처럼 외국 기술을 발전시켜 독자적 제품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대만의 PC수출 경쟁력은 날로 강화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형편이다.

외국업체들이 「저가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장을 넓혀가는 동안 우리나라 업체들은 대책없이 수출단가를 낮추어 출혈 수출을 감수해 왔다. 기존시장에서 밀려나기 직전의 과도기적 비상수단이 출혈 수출임을 생각할때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결과가 무엇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물론 그동안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우리 업체들만의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것도 PC수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PC수출의 전도가 하루가 다르게 험난해지고 있는 데 비추어 우리의 대응태세는 너무나 무기력해 보이는 것 같다. 앞으로 PC의 세계적인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세계 유명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PC시장은 오는 2000년까지 해마다 20% 가까이 신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정부가 PC를 수출전략 제품으로 키우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업계간 공동기술 개발노력을 촉진하고 핵심기술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PC업계도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자체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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