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기기」 「정보가전 시대의 총아」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동원되며 기대를 모아온 디지털 다기능 비디오(DVD) 플레이어가 이달 국내외에서 시판되면서 본격적인 DVD시대가 개막됐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업체는 일본의 도시바, 마쓰시타와, 한국의 삼성전자 등 3개 업체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4천7백만대이상 팔리고 있는 VCR와 2천만대 가량의 CDP 등 총 7천만대를 넘는 가전, 오락기기를 DVD플레이어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DVD플레이어의 출시는 전세계 가전시장에 새로운 일대 변혁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규격제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일본업체와 거의 동시에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것은 시장 선점에 동참한다는 관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들업체의 DVD플레이어 출시는 소프트웨어가 거의 없고 불법복제방지 및 지역별 코드가 최근에 확정된 점을 감안할 때 일반사용자나 제품신뢰성 측면에서 볼 때 성급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DVD 규격제정을 주도한 일본에서도 큰 관심거리로 인식되고 있는데 당초 도시바, 마쓰시타 등과 함께 DVD플레이를 내놓기로 했던 소니가 내년 봄으로 연기한 배경을 놓고 업체들간에 치열한 설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DVD 출시연기에 대한 소니의 입장은 일본시장에 연말까지 기껏해야 20∼30종의 DVD타이틀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DVD플레이어 조기출시는 소비자를 외면한 기업홍보차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타이틀간 호환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DVD플레이어를 출시하는 것은 DVD플레이어는 물론 DVD타이틀 이미지 까지도 손상시킬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미 DVD플레이어를 출시한 도시바와 마쓰시타는 소니가 제품출시를 연기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의 DVD플레이어 출시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말까지 기껏해야 10여종의 타이틀이 제작되는 현실에서 삼성전자가 플레이어를 출시하는 것은 도시바나 마쓰시타와 마찬가지로 선발업체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독자 기술력을 완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부품을 도시바에 의존해가면서까지 플레이어 출시를 서두르는 것은 병적인 「1등주의」의 산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DVD는 기술적으로도 국내업체가 선진업체와 거의 동일한 출발선에서 선두다툼을 벌여볼만한데다 향후 막대한 성장잠재력을 감안할 때 약간의 무리가 따르더라도 세계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이 내년 1월부터 미국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취지라고 덧붙였다.
또 핵심부품 자급과 관련해선 『연말까지 생산하는 2천∼3천대 가량의 초기 물량에는 도시바의 핵심부품을 채용하고 있지만 내년 양산 물량부터는 거의 대부분 자체 개발한 부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소니나 LG전자가 제품 출시를 머뭇거리면서 소비자 만족을 운운하는 주장 이면에는 먼저 출시된 제품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타진하고 선발업체가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달리려는 속셈이라면서 선출시에 대한 비난에 정면으로 응수하고 있다.
최근 DVD플레이어 출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 가전업체들간의 논쟁은 규격지지자 규합과정에서 나타났던 갈등의 연장이 아니라 21세기 가전시장 주도권을 갖기위한 신경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DVD규격 합의를 놓고 벌였던 전쟁은 이제 마케팅전쟁으로 국면이 바뀌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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