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의 거의 유일한 희망인 다층기판(MLB) 시장이 올 상반기 극도의 부진을 씻고 최근들어 완전 회복세로 돌아서 관련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LG전자, 삼성전기,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국내 MLB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빅4」업체들의 생산량은 현재 최대 생산능력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부업체는 늘어나는 신규 수주를 모두 커버하지 못해 거래선과 가격 등을 조절하는 등 불과 몇개월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이같은 초호황세가 일부 대형업체들에게 국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수전자, 심텍, 우진전자, 한일써키트, 기라전자, 서광전자 등 중상위권업체들도 3.4분기 말부터 경기회복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최근엔 소규모업체들에까지 이어질 분위기다.
업계는 이에따라 MLB시장의 호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국내 전자산업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향후 PCB 경기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주력 제품인 MLB시장 추이는 결국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일단 최근의 MLB 수요회복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MLB의 최대 수요처인 컴퓨터산업의 특성상 요즘이 계절적인 성수기란 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MLB수요회복은 일시적현상으로 보기엔 구조적인 원인이 깊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MLB수요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 컴퓨터업체들의 생산이 안정궤도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차세대 MLB시장의 寶庫인 노트북PC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노트북PC를 필두로 PC의 고성능화 및 경박단소화가 급진전되면서 기존의 양면 및 4층이 주로 채용됐던 주기판, HDD, 사운드 및 영상처리보드 등 컴퓨터 주변기기들이 6층 이상 제품으로 전환,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PCB업체들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컴퓨터용 PCB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만은 최근 IBM, HP, 델 등 미국 굴지의 컴퓨터업체들이 대량 주문을 토해내 컴팩, 난야 등 유력 PCB업체들의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만을 경유한 미국업체들이 유일한 대안으로 한국에 손을 벌리고 있어 국내 MLB업체들의 수출회복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풀이다.
해외 요인 이외에 최근의 MLB 내수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도 MLB업체들의 호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들어 휴대폰, 노트북PC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비롯, PC 및 주변기기, D램모듈 등에서 수요반등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와함께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시스템 및 단말기를 비롯, BGA용 기판, TFT LCD구동용 보드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신규 시장이 대거 창출되고 있고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 이은 차세대 통신서비스의 상용화가 임박해지면서 PCS, CT2관련 장비와 단말기 등에서도 관련 MLB수요가 내년부터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세트 자체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단면 및 양면 PCB와 달리 MLB는 컴퓨터를 제외하곤 세트 자체가 대부분 시장 초기여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따라 삼성전기, LG전자,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관련 PCB업체들의 설비투자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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